구름먹고 바람똥

'인터넷 중독은 인격장애를 부르는가?'

The Skeptic 2007. 7. 14. 13:00

"인터넷 중독이 인격장애 부른다"

 

라는 기사가 실렸다. 사실 난 이런 류의 기사들을 혐오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종류의 기사를 받아 들이는 데 있어서 '명백한 오독'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며, 실제로 내 주변에도 이런 류의 기사를 읽고 자신의 오독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채 앵무새마냥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오독'이란 무엇인가?

 

이번 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는 집단에서 인격장애가 이른바 정상적인 대조군보다 많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중독=인격장애'라는 등식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인터넷 중독'과 '인격장애'는 별개의 문제로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면서 인격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해묵은 논법으로 넘어간다. 즉 '인터넷 중독'이 먼저인가 아니면 '인격 장애'가 먼저인가 하는 질문이다. 두 경우 모두 가능하다. 인터넷이란 공간이 가지는 특징중 하나가 바로 지신의 입맛에 맞는 대상을 취사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싫어도 참고 얼굴을 마주 해야 하는 대상들이 존재하는 반면 인터넷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고로 타인과의 부침속에서 형성될 수 있는 인격적인 성향이 미형성될 수 있으며 이를 일러 '인격장애'라 할 수 있다. 반면 어떤 이유로든 이미 현실에서 인격장애가 형성된 이가 앞서 언급한 인터넷의 특성탓에 인터넷에 중독될 수 있는 여지 역시 매우 높다.

 

따라서 '인터넷 중독증상=인격장애'란 등식은 잘못된 것이다. 만약 이 두 부문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좀 더 심도깊은 연구를 하고자 한다면 이 둘중 어떤 것이 선행하여 원인으로서 기능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좀 더 올바른 학문적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연구들이 앞서 언급한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문제에 집착하기 보다는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언론사들은 이런 부정확한 연구결과를 선정적으로 보도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류의 기사들의 결론은 늘상 이 두 갱의 개별적인 문제들을 모두 지적하고 경고하기 보다는 한 부문, 이 경우라면 '인터넷'에 그 책임을 전가시키고 만다.

 

이런 류의 무식하기 그지없는 학자들과 언론의 외눈박이 놀이는 사실 그 역사가 매우 깊다. 그래서 이런 류의 사회적인 문제들의 원인을 지적하면서 늘상 만만한 인터넷, 비디오 게임, 시끄러운 음악 등등을 그 희생양으로 삼으려 든다. 왜 그럴까? 일단 이것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네 잘못이야!'라고 비난해도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지 않기에 만만기 때문이며, 또한 같은 이유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이번 문제의 책임에서 자신들은 비켜나 있다는 안도감을 선사한다. 이 또한 인류 역사속에서 그 유례가 깊은 희생양, 마녀사냥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이라면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런 류의 행위는 인간들의 치사함과 비겁함뿐 아니라 몰상식과 반합리주의의 뿌리가 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