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2008년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다.

The Skeptic 2007. 12. 8. 11:42
어제 저녁인가? 이번에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인간들의 공약이란 것이 담겨있는 노란 봉다리가 집집마다 배달된 모양이다. 울 집에도 그 중 하나가 배달되었다. 이번엔 또 뭐라고 거짓부렁들을 씨부려 놓았는지 궁금해서 잠깐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누가 되든 2008년부터 진정한 의미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될 것이란 것이었다. 이른바 대선 유력 후보들로 구분되는 빅 3들이 내놓은 공약은 온통 개발과 성장에 대한 것들 뿐이었다. 제각각 내세우는 모토만 조금 다를 뿐이다.


내가 노무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IMF사태 이후 직면한 대한민국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도 그랬고 이전에도 그랬지만 IMF에 비견되는 경제적 난국에 처한 국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노무현이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계속 나아지는데 사람들은 못 살겠다고 난리다.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이미 많은 국가들이 그 길을 걸었었다.

이처럼 이미 역사적으로 선례가 존재하는 문제에 직면했으면서도 과거 다른 국가들이 실행해서 실패를 맛보았던 그 정책을 고스란히 답습한 멍청한 정권을 성공했다라고 평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그 당에서 나온 두 대선주자들의 주장처럼 이 문제를 '잃어버린 10년'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불행히도 우리에게 그 '잃어버린 10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들의 공약을 보건데 누가 되든 그 '잃어버린 10년'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점이다.

내가 몇 번이고 누누이 말했지만 우리가 처한 문제는 '성장'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분배'와 관련된 문제다.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는 과거 새마을 운동을 하던 시절처럼 절대적인 빈곤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아예 없는 것과 돈이 충분히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문제란 것은 비록 드러나는 모습이 비슷하더라도 원인과 해결방법은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른바 빅3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은 과거 절대적 빈곤을 타파하기 위한 새마을 운동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돈찍어내서 GDP숫자를 높이고 경제성장율을 높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별 효용가치도 없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켜 실업율을 단기적으로 낮춘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엔 꽤나 성공적인 경제정책이라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그것을 '경제정책'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건 그냥 미친 짓일 뿐이다. 그렇게 찍어내서 풀린 돈이 나중에 별다르게 갈 곳이 없다면 어떻게 될 까? 실물경제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동산과 주식의 거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거품이 터지는 순간 우리는 일본이 겪었다는 10년간의 대장기침체의 시기로 들어설 것이다. 그 기간동안의 고통은 지금까지의 고통과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에겐 일본과 미국의 경제침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 그리고 그 사례들을 통해 그런 비극을 비켜갈 많은 방법들도 알고 있다. 문제는 이른바 '개혁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노무현 조차도 그 방법들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양반도 외면한 그 방법들을 작금의 유력대선후보라는 빅 3들이 선택할까? 뭐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씨부리는 말만 놓고 보면 현재 가능성은 전무하며 특히 지지율 1위라는 이명박 후보의 과거 행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복원보다는 새로 만드는 게 돈이 덜 들기에 환경이나 생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보기 좋으라고 새롭게 만들어 놓은 청계천. 이미 선진국에선 불필요하게 에너지만 많이 소모하고 인간의 행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기피하고 있는 대단위 주택단지를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조성한 것은 단순히 집값상승을 통한 경제성장이란 통계적 허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이다. 결국 그 뉴타운이 조성된 지역의 원주민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동네를 떠나야 했고 그저 새로운 투기의 기회가 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생태문제, 환경문제, 적절한 분배의 문제를 외면한 채 오로지 경제성장이란 허수만을 추종하는 행태를 보고 있으면 적어도 그는 시대의 요구에 뒤떨어진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그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마치 젊은 이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식의 방송을 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지율 1위다. 불행히도 그나 그를 지지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나 시대의 요구에 뒤떨어진 인간들이고, 그 사람들이 대다수를 점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미래에도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비극이지만 그게 여론이고 민주주의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여서 다행인 점은 대통령이 함부로 독재를 할 순 없다는 점이다. 물론 내년 총선의 결과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여튼 현재까진 아직 안 그렇다. 희망적이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