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익숙해질 수 있을까?

The Skeptic 2008. 2. 27. 02:51

졸업식 시즌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졸업식이 있었다. 부모님, 형제들, 친지들, 친구들이 모두 한데 엉켜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나를 기억해내고 사진 한방을 찍자며 와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분이 꽤 그럴듯한 하루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여느 해의 졸업식이 그렇듯이 다들 앞서 말한 사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졸업식보다 더 사적이고 더 감상적인 축하를 위해 떠난 자리는 을씨년 스러웠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초저녁 밤하늘 밑에서 담배 한 대 피워물고 있자니 괜시리 기분이 울적해졌다.

 

늘상 이 맘때면 아는 얼굴들이 떠나고 또 새로운 얼굴들이 오는 것이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런데 그 똑같은 일을 매번 겪을 때마다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낯설은 경험처럼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일중의 하나다.

 

문득 육체적 고통과 이별은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기 힘든 일중의 하나라는 어떤 인간의 말이 떠올랐는데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이해하기 힘든 현상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