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삼일절날 TV보기

The Skeptic 2008. 3. 2. 17:08

난 특별한 날의 특집 프로를 보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모두 안 보는 것은 아니고 약간의 차별을 두고 보는 편이다. 경축할만한 날, 예를 들어 예수 생일처럼 축하할만한 일이 있는 날은 특집프로를 본다. 반면에 삼일절처럼 좋지않은 역사를 가진 날은 거의 보지 않는다. 왜? 단순하다. 보고 있으면 복장이 터지기 때문이다.

 

특히 삼일절이나 광복절같은 날은 더더욱 심하다.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만들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 일본 잡것들이 자기들은 서구의 문물에 대한 컴플렉스로 마구 받아들이고 그 조금 빠른 근대화와 산업화의 힘을 바탕으로 그 서구 열강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성전을 치루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더 들어주기가 싫기 때문이고, 나라의 지도자급이란 인간들이 그 일제 36년간의 피해자들이 버젖이 살아있고 아직도 괴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한일간의 밝은 미래라는 말을 씨부리는 꼬라지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가리에 든 거라곤 쥐좆만큼도 없으면서 왕년에 일본 순사랑 드잡이질 좀 했다고 애국자란 호칭달고 모가지에 깁스한 늙다리들이 일본군 성폭행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념관이 자기들 기념관과 함께 있는 것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날은 TV특집 프로들을 잘 안 보게 된다. 그렇다고 아주 안 볼 수는 없다. 왜냐면 그런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내 주변에도 득시글거리는 일본제국주의자들과 똑같은 인간들을 분류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가 있었을까? 물론 있다.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우리가 꽤 많은 역사적 사실들과 문학 혹은 영화같은 간접 매체들을 통해서 익히 알 고 있는 것처럼 전쟁이란 피치 못하게 휩쓸리게 된다 하더라도 개인에게나 집단에게나 치명적인 비극이다. 그런데 대다수 우익 전체주의자들은 이런 전쟁에 대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전쟁도 가능하다'는 식의 유보적인 태도들을 보인다. 즉 '꼴통'들인 셈이다.

 

두번째 공통점, 그들은 늘 '핵심을 말하지 않고 변죽만 올린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일본 우익들은 자신들이 2차대전 당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보다는 자신들도 원폭의 피해자라는 주변부를 강조한다. 원폭의 피해역시 그들이 침략전쟁을 일으켰기에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찬가지의 경우가 나찌의 유대인 학살, 일본군 성폭행 피해자 문제, 일본군에 의한 남경 대학살같은 사건들에도 적용된다. 그들은 이 사건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과장되었다'라고 말한다. '과장되었다'라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서 사건의 진실에 먹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붙잡아다 엄청난 인권말살을 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증거들이 '과장되었다'라는 주장만으로 핵심인 '인권말살'을 덮으려 들고 불행히도 이 전략은 꽤 먹힌다.

 

보기 싫은 특집 프로들을 간혹 봐줘야만 하는 이유다. 어느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이젠 역사와 진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보다는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