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편향된 가치관

The Skeptic 2009. 1. 21. 02:42
대저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일관되게 지배하고 있는 독살스런 편견중의 하나가 바로 '편향된 가치관'이다. 이를테면 내가 몇 번인가 언급한 바 있는 임금삭감의 문제같은 것이다. 일자리를 나누고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그럴싸하다. 그러나 말했다시피 누군가에게 그 임금이란 '평균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란 것 역시 진실이다. 고로 임금의 문제를 논할때 적어도 이 두 가지는 거의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임금을 삭감하고 일자리를 나눈다 한들 임금이 생계나 최소한의 미래 설계(이를 테면 교육비, 노후비용 등등)에 턱없이 모자란다면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볼 수 밖에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나라엔 그런게 없다. 혹자는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대통령이나 그 따까리인 한나라회만 그런 생각이 없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라면 그 나라 지도자의 수준은 곧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일 수 밖에 없다. 또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까지 할지 몰랐다라고 한다면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은 지도자의 수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농성중이던 용산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죽은 이가 6명에 이른다는 속보가 날라들고 있다. 농성자들이 대거 몰려있는 옥상으로 그 무거운 트레일러를 들러올려 진압에 나서겠다는 무지한 발상이 대관절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한탄스럽다. 물론 그 배후엔 그 법이 과연 공평무사한가를 따지기도 전에 무조건 법대로 하겠다는 무지와 그 무지를 신념인 양 믿고 있는 지도자들의 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니 지극히 당연하게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앞으로 또 몇 명의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이란 인간은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재개발의 목적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이유의 최종적인 목적은 결국 부의 창출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철거민들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들은 재개발의 '부의 창출'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저 '생존권의 문제'로 절박한 사람들이다. 재개발을 통한 부의 창출과 생존권을 발탁당하는 사람들의 등장은 앞서 말한 바처럼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 둘을 한번에 고려할만한 배려심도 인내심도 결여된 비인간적인 국가다. 그런 수준의 국민들이 뽑은 그런 대통령이니 당연히 사건을 접하고 "과격시위"를 들먹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나라와 그런 국민들과 그런 대통령이 행복한 블루스를 추고 있는 나라에선 주류로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말에 귀기울지 않는 그런 나라에선 과격시위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계속해서 사람들을 죽어나갈 수 밖에 없다. 제 아무리 비참한 사건이 일어나고 희생자들의 수가 누적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좆빠지게 돈들 벌어서 어떻게든 주류에서 탈락되지 않도록 하라.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당신도 비참하게 죽을 수 있다.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