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관람기
1.
일단 예상은 빗나갔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다. 난 안영학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비긴다'에 걸었을 것이다. 공격의 정대세와 허리의 안영학은 그들이 나고 자란 곳이 일본이란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북한 팀의 핵심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영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에서 미드필더 라인이 화려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소문난 일본 출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격이 미들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지 못하고 긴 패스에 의한 단조로운 패턴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이유일 것이다. 덕분에 경기 결과는 1:0 이란 근소한 차이로 우리가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은 사실상 매우 원사이드한 경기였다. 외려 한국의 파상공세를 유효적절하게 끝어낸 북한 수비진의 조직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2.
우리 팀의 공격라인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번 이라크를 상대한 평가전부터 이번 북한과의 경기까지 우리 팀의 공격은 견실함과 창조성을 겸비한 화려함을 보여 주었다. 비록 너무나 잘 조직된 북한의 수비에 막히긴 했지만 말이다. 꼭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술적인 면에서의 창조성과 조직력만이 아니라 전술적인 면에서의 창조성이란 부분이다. 공격루트의 다양함과 변화가 부족한 느낌이다. 북한처럼 밀집수비로 나오는 팀에겐 좀 더 다양한 공격방법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수비조직력을 흔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수비는 여전히 문제다. 특히 중앙라인의 문제가 크다. 저번 전망 글에선 굳이 이름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황재원의 플레이는 이라크 전이나 이번 경기나 아주 불만족스럽다. 외려 중간에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간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불안한 플레이를 한다. 수비수로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잇는 피지컬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을 제외하고 나면 아무런 장점도 없는 선수처럼 보이는데 왜 계속 기용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외려 후반전에 기용된 이정수가 중앙 수비수로서 훨씬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다만 이번 북한전에서 원톱을 맡게 될 정대세를 표적으로 한 기용이었다고 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까지 기용하겠다면 난 반댈세~~~
3.
북한 축구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1980년대 중반 즈음의 우리 축구팀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 본 북한 축구의 모습이 딱 그 때의 우리 축구를 닮아 있다. 물론 세세한 부분을 지적하자면 차이는 분명히 있다. 당시 우리에겐 없었던 해외파 선수들의 존재다. 즉 정대세와 안영학이다. 적어도 10년이상은 앞서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일본에서 성장한, 혹은 뛰고 있는 선수들의 존재는 단순히 전력에 보탬이 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한 나라 국가대표의 수준, 나아가 축구 수준까지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축구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2002년 당시 히팅크라는 감독의 지도가 있었던 탓이다. 단순히 선진축구라는 기술을 전수해준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빠져 있던 매너리즘을 깨주면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게기를 마련해주었다는 면을 높게 평가해야 하는 것처럼 현재 북한 축구에 그런 계기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4.
대관절 아시아, 특히 중동 쪽 심판색희들은 대가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아니면 동태 눈깔을 달고 다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넘의 동네 애색희들에 비하면 우리네 심판들의 수준은 세계최고급이다. 어지간하면 인종적인 편견을 보이는 발언은 삼가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이건 정말이지 너무 심하다.
제일 먼저 북한 정대세의 헤딩 슛을 이운재가 가까스로 쳐낸 장면. 내가 보기엔 이건 영락없는 골이다. 느린 장면으로 돌려봐도 골이다. 공은 이미 라인을 다 넘어간 상황이었고 그걸 뒤늦게 이운재가 쳐낸 장면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자주 나오는 상황이 아니어서 늘상 판정이 애매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절대적으로 심판의 판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심이나 부심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것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 뭐 운빨이 좋으면 손으로 공을 넣어도 인정되니까. 축구계의 영원한 태양! 마라도나 만쉐이~~~
두번째 장면, 후반전 중간 쯤에 북한 선수가 공을 몰고 가다 김동진 선수에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는 장면. 축구 경기 몇 번본 사람이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어슬픈 '다이빙', 헐리우드 액션이었다. 너무 어설프게 한 나머지 불쌍해서 휘슬을 불어주지 않는 이상 100% 경고감이다. 그건 그렇다 치자. 그 다음 장면에서 라인 밖으로 흘러나간 볼을 남한 쪽 공으로 선언한다. 누가 봐도 북한의 드로인 볼인데 말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판정 실수에 대한 '보상판정'인 셈인데 이것 역시 매우 곤란한다. 실수는 실수고 판정은 판정이다. 앞선 실수에 대한 보상으로 또 잘못된 판정을 내리는 건 아주 잘못된 거다.
세번째 장면, 공을 가지고 쇄도해 들어가던 기성용(?)을 북한 선수가 태클로 끊어내는 장면. 반칙 판정을 받고 프리킥이 선언되기는 했지만 문제는 이게 백태클이란 점이다. 백태클에 대한 규정이 바뀌지 않은 이상 이는 매우 위험한 플레이로 간주되며 즉시 경고내지는 퇴장감이다. 그런데 경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 독일 얼드컵이었나? 선제골 잘 넣고도 백태클 한 번에 단 칼에 퇴장당한 하석주를 떠올려 보라.
네번째 장면, 이청용이 공중볼 다툼을 하며 북한 선수를 가격하는 장면. 공중볼 다툼에서 어느 정도 신체적 접촉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손을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상황에서 공중볼을 잡기 위해 점프한 것은 이청용 혼자뿐이다. 북한 선수는 이미 타이밍상 늦었다고 판단하고 상대가 공중볼을 따낸 다음 동작을 커버하기 위해 그냥 서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손을 사용했다. 분명히 경고감인데 경고주지 않았다. - 프로가 되면서 안 좋은 것부터 배우는 애들이 있다더니...
5.
이것들 이외에도 사소한 판정 문제들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대세의 헤딩골을 인정하지 않은 장면일 것이다. 늘상 그렇듯이 이런 장면에서 음모론이 등장한다. 쿠궁!
심판은 분명히 한국을 이기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경기에서 북한이 이기거나 비기거나 하면 여전히 북한이 조 1위를 차지할 것이고 여차하면 조 3위까지 쳐져서 본선 직행에 어려움을 겪게될 남한이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경기에서 죽을 둥 살 둥 경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대충 경기해도 이긱 힘든 남한인데 미친 넘처럼 덤벼든다면 중동 국가들의 앞날이 어두울 것은 명약관화!
그러나 북한은 수비만 강할 뿐이다. 특히 남한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어떻게든 남한을 조 1위로 올려주고 좀 더 낮은 레벨의 팀인 북한을 상대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뭐... 여기까진 그냥 써보는 음모론이고. 그런 상황에서 골 판정은 항상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보기엔 골인 거고. 아무튼 이미 판정은 내려졌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늘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거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