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평준화
이하나 - 직업이 배우라서 많은 이들이 몰라주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만큼은 상당한 걸로 알고 있다.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정치적 차별로 윤도현이 하차한 자리에 KBS는 이하나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6개월즈음, 자신의 정치적 편견을 위해 프로그램 하나를 날려버린 KBS 사장의 시도는 몰상식한 짓임이 드러났고 또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등장시키는 무지몽매한 노가다를 행하고 있다. 이래저래 이하나만 중간에서 난감해져 버렸다.
아님? 이하나역시 쥐박이 코드인사의 돌격대장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꼴랑 3천만원이란 지원금을 날려버리면서 '난 네들이 싫어! 샹~~~'이라고 선언했던 '서울음악대상'에서 사회를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유치한 발상이 아니냐고? 그렇다. 맞다. 지금 내가 한 발언은 초딩들조차도 볼이 벌개질 정도로 유치짬뽕한 발상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 정권이 하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덩달아 유치해지는 것을.
MBC 역시 마찬가지다. 신경민 아나운서가 훅하고 날아 가더니 김미화 아줌마 역시 풍전등화 신세요. 일각에선 손석희마저 찍어낼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고 MBC 역시 핑계는 많다. 그러나 누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겠는가?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상대도 자기를 볼 수 없을 것이라 믿고 모래속에 대가리를 파묻는 타조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러나 난 이런 유치짬뽕한 짓을 수치심도 느끼지 못한 채 해대는 그들이 두렵다. 지금은 다들 비웃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그 유치짬뽕한 상황에 적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9시 뉴스가 땡하면 '오늘 이명박 각하께옵선~~~'이라고 '땡이뉴스'를 해대도, 10여년전 술주정뱅이 늙다리 DJ들처럼 라디오에서 국정옹호 방송을 해대도, 정치인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연예인들을 병풍으로 둘러 세워도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못 느끼게 될 것이 두렵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다. 그러나 난 그들의 그 '긍정적인 선언'에서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막연한 선언들만 난무한다. 앞으로 약 4년, 그리 짧은 기간 아니다. 게다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도 4년 내내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 쥐박이를 욕할 뿐,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라도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4년 내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거나 악화된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나?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짓이다.
어째서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유치짬뽕한 짓거리들과 거짓말을 해대는 걸까? 집단적으로 기억상실증과 기억왜곡에 시달리는 국가에선 그런 짓을 해도 된다. 예전에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더랬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도 역사를 만들어 가는 투쟁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너무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조차 힘들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역사란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반복될 뿐이다.
유식한 척하며 정치인들의 무식과 유치함을 힐난하는 이들이 실은 정치인들의 손바닥 안에서 활개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