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릴 시기가 온 것 아닌가?
시중 은행들의 예금금리가 2%대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흔히 말하는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가 아닐까 싶다. 쥐박이가 물가를 집중관리하겠다고 말하고 이른바 'MB물가'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지만 그 품목들의 선정을 위한 기준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부실한 정책이었고,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원자재가 상승같은 직접적인 요인도 있고 실업율 상승, 정부 주도의 무리한 임금 하락 정책으로 인한 소득 감소까지 더 하면 체감 물가상승율는 그보다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당장의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는 멍청한 짓거리를 또 다시 행하지 않는 이상 예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일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뭐 소득 감소가 장기화될 것 같은 상황에서 물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800조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추정되는 유동성 자금에, 그동안 죽을 쑤던 주가가 선방하자 조금이라도 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펀드를 해지하고 직접 주식시장으로 뛰어드는 펀드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자금이 증시로 몰릴 것이니 증시 자체는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예금금리가 계속 하락한다면 뱅크런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할지 모른다.
사람들 입장에서야 일자리 줄어들지, 임금 깎이지, 물가 올라가지 이 삼중고 앞에서 조금이라도 이윤이 난다면 뭐라도 하려고 들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결국 얼마 안 되는 금융자산이라도 있다면 상대적으로 수익율낮은 은행에 예적금으로 묶어 놓느니 주식이나 채권, 혹은 펀드로 갈아타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건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현재 주식시장의 활황이란 것은 외국인과 개인들이 끌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이 계속해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을 제외한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지할 수 있을 확률은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다시 외국인인데 전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상황에서 이들이 대한민국에 장기 투자할 의향을 갖고 있을 확률 역시 높지 않다. 불황이 지속되는 한 이들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몰려 다닐 것이다. 물론 이들이 돈 빼먹기엔 최적화된 구조와 국가 정책을 대한민국이 유지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고 그게 좋은 것이란 말은 아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차익실현에 나선다면? 증시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하락이 어느 시점을 지나 개인들의 불안을 야기한다면 폭락장이 형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권으로 돌아올 자금조차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일이 가능할까? 요즘같은 상황에서 예측이란 미친 짓에 가깝다. 고로 가능성과 그 가능성이 현실화될 징후들에 주목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 시각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크라이슬러가 사실상 파산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GM역시도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이 두 기업의 처분 상황에 따라서 미국 경제가 출렁일 것은 확실하지만 그보나 더 중요한 것은 현 상황에 대응하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방향이다. 지금까지의 행적을 놓고 보면 매우 올바른 밯향을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단기간의 고통은 감내하면서 지속적으로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면 주식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고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 것이고 이들의 전 세계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은 상당한 수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분명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매도전략을 취할 것이다. 미국 시장이 회복되면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냐는 반문도 가능하다.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회복과 우리가 그 회복의 수혜를 보기 위한 시점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로 그 기간동안은 매도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매도세의 규모에 따라서 하락장, 폭락장이 결정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800조라는 유동성 자금이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외려 도움이 되는 것은 그래도 나름대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는 기관의 영향력이다.
그런데 그 기관의 총알이 되어줄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다. 매우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금리를 높일 시점이 도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과잉 유동성 문제도 그렇고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아직 산업 전반에 걸쳐 자금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그건 경제정책의 문제이지 유동성 수급과 관련된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이미 공급한 유동성이 산업현장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같은 자산시장이나 채권시장으로 몰린다면 그 역시 대책이 못 되기는 마찬가지니까.
다음 주면 GM까지는 아니더라도 크라이슬러 문제는 결정될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선례를 따라 GM의 절차 역시 결정될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다시 한번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다가오고 있다. 재정경제부나 한국은행이 정책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