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해영을 지지한다.
마해영이 약물 복용을 폭로하였다고 해서 난리가 난지 꽤 된 것 같다. 뭐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신문지들, 특히 스포쓰와 연예를 다루는 신문지들이 다그렇지만 사건다루는 거 참 선정적이다. 신문지를 읽고 있는 독자들이 단박에라도 꼴리지 않으면 자신들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하는 걸로,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스포쓰계의 파란을 몰고온 이 사건에 대해서 내가 고자마냥 반응한 것은 스포쓰 신문지들의 캉캉춤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고? 단순하다.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잖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거 엄청난 차이다. 실명이 공개되면 사건에 관계된 당사자가 늘어나게 마련이고 인정하든 부정하든 사건은 커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그것이 법적인 차원으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섹쉬해진다. 그런데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겠다면 이건 그냥 '이러면 안 된다'는 훈계다. 그리고 그냥 안 하면 제일 좋고, 그게 안 되면 열심히 규제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뭐라 떠들든 별로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별 것아닌 이 사건에 대한 인간들의 반응이 참 거시기하다. '속이 좁다'느니 '결국 선수 고발아니냐'니 하는 식이다. 난독증도 이 정도면 거의 고의적인 오독에 가깝다. (주1) 결국 이런 발언들의 배경은 '패거리주의'다. '우리들끼린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무조건 보호해야만 한다'는 건데 일견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거 조폭들이 그 창시자다. 일상이 불법인 삶을 사는 이들이니 필요한 가치관이다. 그런데 이 가치관을 일반인들까지 옳은 것 인 양 받아 들인다는 이 모순.
그렇다면 혹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그런 식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불안하고 불안정한 국가일까? 불행히도 아주 아니다라고 말할 순 없다. 공적인 구조나 과정보다 사적인 관계들이 먼저 고려되는 나라를 합리적이라 부를 수 없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말이니 어떻게든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의지해야만 한다. 심지어 국가 공권력조차 학연과 지연, 돈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그런 경향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마해영을 지지한다. 물론 마해영이 굳이 그 사실만을 강조하기 위해 책을 쓴 것도 아니고, 그 사실을 알려서 엄청난 이윤을 얻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이렇게까지 확대될 것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며, 이런 정치적인 상황까지 고려했을 것이란 추론은 억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늘 강조하다시피 국가가 만들어진 이래 인간의 모든 행동은 크던 작던 정치적인 의미를 담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의식하는가 아닌가는 중요치 않다. 그 행동들의 방향이 올바르기만 하다면 의식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난 마해영이 야구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행한 이번 행동에 대해서 지지한다.
주1)
아마도 좆선, 쭝앙, 똥아가 이 능력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고일 거다.
배울만큼 배우고 알만큼 안다는 인간들이니 병리적인 증상인 난독증이 아니라...
매우 정치적인 의미도를 담은 '고의적인 오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문제 크다. 왜냐면 최초 발화자나 저자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해도 그들은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오독을 기준으로 논리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이 함정에 잘못 빠지면 결코 헤어나오지 못 한다. 말하자면 대화의 전제를 바꾸는 수법인데 사실 이건 발화자에 대한 심각한 무례다. 그러나 오독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갸들이 자주 애용하는 거다.
해서 이들과 누군가가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사건추이나 논리가 잘 파악되지 않을 경우 그냥 반대편 믿어주면 된다.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내가 믿어준 이가 실수한 것이란 사실 외엔 갸들이 증명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수가 법적으로 심대한 문제를 일으킬만한 것이 아닌 이상 문제삼을 필요도 없다.
주1)에 대한 p.s.
(주1)의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 공정치 못하다는 지인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 맞다. 인정한다. 정확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단지 한 쪽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별로 신뢰할만한 대상이 되지 못 하니 그 반대편을 믿어 버리면 된다는 건 분명 옳지 못한 견해다. 예를 들자면 둘 다 틀릴 가능성도 충분하니까. 그러나, 정말이지 그러나 불행히도 이건 <현실>이다.
어차피 현실이란 게 공정치 못 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가까운 시일내에 어느 정도 공정한 현실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건 필히 편파성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데 이미 현실이 불공정한 구조로 굳어져 있는데 그 위에 공정함을 덮어 씌운다고 상황이 공정해질까? 아니 그렇지 않다.
부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가 되고 그것이 다시 부의 차이가 된다는 것이 이미 통계상으로도 증명된 일이니까. 물론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으니 편파성없이 가자면 나도 할 말은 없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신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과 그 기나긴 시간동안 사람들이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물론 난 그 가능성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미 10년도 제대로 참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상황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