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란 것
일전에 꽤 유명한 외국의 경제학자 한 명이 내한한 적이 있었다. (역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시기적으로 세계적인 금융공황이 지속되는 시절이었으니 그에 대한 진단과 방안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자리에서 남조선 학자들과 토론을 벌였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질 않는데 유독 한 가지는 기억한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근 미래에 대한 예측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는데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사뭇 다른 견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과 관련한 측면이 도드라졌다.
누가 쓰뤠기 자본주의의 충실한 노예들이 아니라고 할까봐 남조선 경제학자란 것들은 모두들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혁신을 입모아 주장하는 반면에 그 학자들은 '숙련공 육성'을 방안으로 내놓았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간 흐른 지금 쌍용차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경찰력을 동원한 강제 진압쪽을 흘러가고 있다. 이미 쌍용차 노조에서 임금삭감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란 자구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사측은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를 밀어 붙였다. 이것이 쌍용차 사태 발발의 원인이다.
물론 남조선에서 조중동 쓰뤠기 신문을 읽고 사는 인간들은 대관절 '숙련공 육성'이란 것이 무슨 대책이냐며 발끈할 거다.(좆도 모르는 인간들이 성질만 드럽다. 그러니 그저 조선족은 처맞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그러나 해고와 비정규직 증가와 같은 고용시장 유연화는 고용주에게나 피고용인들에게나 대책이 아니다. 일단 비정규직은 그 특성상 기업에서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때문에 만약 그들이 해고된다면 다른 직장을 얻기도 힘들다.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손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숙련공의 육성과 일시적인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유지는 기본적으로 덩치가 제법 되는 기업에선 여러 모로 유리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쌍용차는 그저 해고만을 주장했다. 게다가 정권에서조차 그 어떤 중재에 나서지 않는다. 하긴 쥐박이 정권이 주장하는 바 고용시장 선진화란 핵심 숙련공이 아닌 단순 노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일자리 나누기란 미명하에 임금까지 삭감하겠다는 것이니 쌍용차 사측의 대안이 무리한 것이라고 볼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요즘 들어 쥐박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고용 안정화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고용을 타이트하게 줄여서 그 인건비만큼 절약하는 것이 경영혁신이며,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고, 별다른 기술이나 능력, 경력없이 내쳐진 노동자들은 장기간 실업자가 되거나 아니면 파트타이머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곤 그들을 위해 복지 예산을 늘린다. 이건 뭐 인간들 다 거지만들어놓고 생계비 지원해주겠다는 발상이다. 그게 인간적인 삶일까라는 고민같은 건 없다. 참으로 천박한 인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같은 노동자란 것들은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면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점거하고 있는 공장에 구사대 깡패색희들과 함께 쳐들어간다. 한 편에선 이게 쌍용차 사용자쪽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물증도 제시했다. 그런데 난 그걸 외려 믿지 못하겠다. 갸들 진심이다. 다른 거 다 필요없다. 그냥 자기만 살아 남으면 장땡인 거다. 어차피 남조선이란 나라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나라 아니던가. 그래서 참 다루기도 쉬운 것들이다. 요즘 보면 영삼이 같은 애들이 어떻게 대통령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납득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