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이 아니라 절망이다.
사람이 실망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어서"고
절망하는 이유는 "상식이 안 통해서"다.
내가 남조선이란 나라에 절망하는 이유다.
국책연구기관이라면 금과옥조로 여겨야할 통계수치를 제 멋대로 조작한다. 그나마 그 조작의 수준조차 너무 후지다.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글을 써야 한다는 언론사 역시 제 멋대로 수치를 조작한다. 그나마 수준이랄 것도 없는 거짓말이다. 국정원에선 물증도 없이 정황증거만을 가지고 단정적인 언사의 언론플레이를 벌인다.
용산에서 몇 명의 사람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법원에서 경찰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공개했다는 소식은 없고 그 당시 경찰청장은 사임하더니 자유총연맹이란 단체의 비중있는 자리를 바로 차지하고 앉았다. 쌍용차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저 열심히 시키는 대로 차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 사이 경영진과 채권단, 국가는 경영과 재정상의 문제를 들어 상하이 차에게 경영권을 넘겼고, 약속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수수방관했다. 그런데 경영진, 채권단, 국가 중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저 노동자들만 책임지라고 말한다. 그런 정권과 권력층이 '국민화합'을 말한다.
자칭 보수이지만 학명으론 극우인 이들이 나라의 컨트롤 타워를 붙잡고 있는데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존중없이 자신들의 이익에 짜맞추기 위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겐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짐작할 수 있다. 그 남은 시간동안 그들이 무엇을 할지. 용산참사 당시의 경찰청장이 그랬던 것처럼 권력이란 회전의자를 빙빙 돌며 권력의 언저리를 맴돌 것이다. 차후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지적으로 강력한 파워를 갖기 위해서. 그리곤 말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러면 안 된다'. '정치적 보복은 안 된다'고. 또 많은 이들이 그 말에 동조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지 않느냐?'며. 사람들은 잘 잊는다. 바로 그들이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인간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때로 민주주의란 나를 절망스럽게 만든다.
불행히도 이 땅에서 민주주의란 절망을 견디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