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야구 센스란...

The Skeptic 2009. 7. 29. 16:22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이게 부모들이 자기 자식보고 하는 말인 경우 100% 거짓말이다. 지지리 공부를 안 해서 안 오르는 것 뿐이다. 그리고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라는 것도 100% 거짓말이고. 어디 가서 자기 자식빠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들이 돌고 돌다보면 이른바 '엄친아', '엄친딸'이 만들어지는 거다. 실제로 그런 인간 거의 없지만 아줌마들끼리의 세계엔 차고 넘친다.

 

아무튼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안 나오는 인간들이 분명히 있다. 왜 그럴까? 단순하다. 멍청하게 공부하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도 결국 하나의 방법이고 따라서 좀 더 수월하거나 효과적인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걸 금방 알아 차리는 학생이 있고, 죽어라고 알려줘도 못 알아듣는 학생이 있다. 단지 그 차이만으로도 공부의 양과 상관없이 학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주1)

 

야구에도 그런 게 있다. 흔히 '야구센스'라고 칭하는 건데 경기를 뛰는 선수에게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을때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하는 거다. 특히 그런 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삼중살' 플레이다. 한 번의 공격과 수비로 아웃 카운트 세 개를 동시에 잡아내는 것은 단순히 수비자의 파인 플레이만으로 부족하다. 동시에 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야구는 혼자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결국 수비에 참여하는 수비수들 전체가 야구 센스가 훌륭하거나 혹은 최소한 기본적인 플레이에 충실해야만 가능하다.

 

7월 28일 대전에서 열린 이글스와 베어스의 경기, 9회말 상황. 이글스의 송광민이 우익수 임재철 앞으로 총알같이 날아가는 안타를 때려냈다. 워낙 잘 맞은 공이어서 수비수 임재철은 단 한번의 바운드만으로 볼을 캐치해냈다. 그리곤 곧바로 1루로 공을 뿌렸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워낙 잘 맞은 안타가 야수 정면으로 빠르게 날아갔기에 잡자마자 송구하면 발이 느린 주자일 경우 잡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결과는 이미 많이 이기고 있는 경기였고 당연히 안타일 것으로 판단한 1루수 이원석의 포구 실패. 1히트 1에러로 타자는 2루까지 진출.

 

물론 세이프가 되었더라도 할 말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 1루에서 박빙의 승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임재철의 판단은 그가 왜 군에서 전역한 직후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견실한 외야 수비에 3할 언저리의 타율, 그리고 야구센스. 팬들보다는 감독이 사랑할만한 선수가 아닐까 싶다.

 

 

 

p.s.

원래 이원석의 주 포지션은 3루다. 같은 코너 내야수이긴 하지만 1루와 3루 수비시에 요구되는 능력은 사뭇 다르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1루수 이원석은 뭔가 좀 어설프다. 그래도 현재 베어스 선수들중에 가장 요긴한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이미 주포 김동주와 최준석이 크고작은 부상을 달고 출장하는 상황인데 현재 리그 사정상 뺄 수도 없다. 결국 수비부담을 줄여주면서 지명타자로라도 써야만 한다. 이 경우 1루와 3루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이원석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물론 그도 어서 빨리 성장해서 붙박이 포지션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말이다. 수준급 3루 수비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붙박이 출장이 아니라서 그런지 오늘의 명장면급의 포구와 어설픈 송구같은 엇박자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