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난 친노신당창당에 찬성한다.

The Skeptic 2009. 7. 30. 02:09

<친노 신당 창당 논란>

 

확실히 정치판에서 직접 노는 사람과 관심은 있으나 자의든 타의든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은 매우 다르다. 후자에 속하는 인사들은 줄기차게 '명분'을 따진다. 이를테면 친노신당이 창당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창당에 관여하는 인사들이 노무현의 유지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유시민, 이해찬, 한명숙 쯤 되는 인사들이 함께 하여 상징성까지 살릴 수 있는가?' 뭐 그런 것들이 주 관심사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선 또 민주당대로 같은 핑계로 친노신당창당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원칙적으로 남의 당 창당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게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러는데는 아무래도 민주당의 지지층과 겹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난 동의하기 힘든데 그렇다고 아주 틀린 것 역시 아니다.

 

그런데 '정치'란 어차피 현실에서 벌어지는 실제적인 행동이다. 창당을 하든 분당을 하든 그 모든 행위들은 실리를 따라 이루어지는 행동들이다. 명분이니 상징이니 하는 것을 따지는 것 역시도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로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 못하는 이른바 '정상체위 지상주의자'들이 정치에 순결을 들이밀며 분탕질을 해대는 거다.

 

그런 점에서 난 '친노신당 창당'에 대해서 찬성한다. 일단 민주당 지지층과 겹칠 일 없다. 언론에서 거론되는 친노신당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 지역구를 영남에 둔 사람들이다. 영남만 가면 종이호랑이조차 못 되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민주당과 지지층이 겹칠 이유가 없다. 물론 그 미미한 존재감이 모두 민주당만의 잘못 탓은 아니다. 뭐 아주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주1) 아무튼 그건 그 동네가 워낙이 정치적으로 후진적이라 그런 거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쩌겠나? 그게 현실이고 정치는 현실인 걸.

 

그리고 혹여 겹친다고 하더라도 그건 민주당과 신당, 나아가 민노당, 진보신당이 대화를 통해 적절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정치가 현실이라는 진리하에서 놓고 볼때 남조선은 여전히 극우들이 지배하는 나라다. 일반 국민들중 스스로를 민주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사실상 극우다.

 

그런 나라에서 최소한의 분별력을 갖춘 이들이 현실 정치를 접할때 가장 난감한 것은 그 얼마 안 되는 지지층 나눠 먹지 못해 안달난 정치 모리배들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민주당이 그동안 그런 갈짓자 행보들을 보여 왔고 그 덕에 지지도가 하락한 것이다. 비슷한 성향의 다른 정당들이 창당해서 지지도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멍청한 짓거리를 해서 지속적으로 지지층을 이탈시켰고 그 때문에 신당이 창당된 것이다. (주 1참조)

 

때문에 현재 남조선의 선거판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표시되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 한나라당 아니면 민주당이란 두 가지 유효한 선택지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당을 찍는 것 뿐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남조선 선거판 전체의 향방을 가름한다는 서울과 수도권일수록 더욱 강하다.  

 

아직까지도 지역적 지지도를 갖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야당으로서의 이니셔티브나 지키면서 사실상 지방 꼴통 토호 세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앞으로도 날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에게 남은 역할이라면 적어도 군사독재의 엄혹한 시절을 힘들게 헤쳐온 민주화 운동의 큰 형님으로서 뛰따르는 후배들의 열성적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민주당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정치적 기득권에 목을 맨다면 영광스러운 퇴장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요구는 게속해서 다양해질 것이지만 그간 민주당이 해온 행동들을 보건데 그걸 제대로 받아 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적응하지 못할 것이며 그 와중에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결국 공룡처럼 멸종할 수밖에 없다. 뭐 민주당에서야 그런 일 역시 민주당 안으로 들어와서 하라고 주장할 테지만 글쎄다 그게 가능할 것 같냐? 왜 난 토사구팽이란 격언이 떠오를까?

 

 

 

 

주1)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남조선 꼴통 정치인들이 일으켰던 희대의 코미디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민주당의 중진들중 꽤 많은 인사들이 그 탄핵찬성명단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그 사건이 보여주었던 것은 민주당 역시 계급적 차별을 자행하는 이조시대 마인드를 가진 정당이며, 따라서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책따위 펼 정당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었다. 그 이후 대선에서 마땅한 후보자감이 없자 딴나라당 후광을 엎고 경기도지사까지 했던 손학규를 영입하여 대권후보를 만들겠다고 나섰던 쌩쑈도 혹시 기억나는가? 제 아무리 후보가 없기로서니 그게 말이나 되는 짓거리인가? 불행히도 그게 남조선 정치판의 제 1야당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