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 상승에 대한 오판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아무래도 약간의 오판이 있었다. 당시 글의 기조는 앞으로 상당한 양의 신규 주택들이 공급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투기 세력의 뽐뿌질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 글에 부쳐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을 수요의 증가, 즉 현재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으나 그 근거가 희박하니 실수요자들이 구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이 수요의 증가 차원만이 아니었다. 놓치고 있었는데 공급 역시 줄어든 것이다.
가장 비근한 예가 바로 은평구 뉴타운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을 위해 단기간에 많은 주택들을 허물고 나니 기존 세입자들이 들어갈 전셋집들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은평구 주변의 전세가격이 뛰어올랐고 그 여파로 의정부의 가격이 오르고 심지어 포천의 가격까지 들썩이게 만들었었다. 은평구에서 밀려난 이들이 의정부로 의정부에서도 밀린 이들이 포천으로 향한 탓이다. 게다가 은평 뉴타운이 완공되고 난 이후 원거주자들의 재정착율도 높지 않았다. 왜? 집값이 예전에 비해 턱없이 비싸진 탓이다. 쥐박이가 서울시장질해먹으면서 밀어붙인 뉴타운 정책이 사실상 재벌사 건설깡패들에게 돈 처발라주기 위한 정책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역시 그런 정책들 덕에 현재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 잉여 주택지가 아닌 포화상태의 주택지를 재개발 혹은 재건축이란 이름으로 한꺼번에 헐어버리고 나니 당장 넘쳐나는 세입자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어차피 남조선의 주택공급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자가소유율은 절반선에서 유지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진행중인 지역에서 집 한 채를 때려 부셔도 두 가구 이상이 임시로(라곤 하지만 그래도 최소 2년거주할 수 있는) 거주할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주택을 소유한 경우라면 임시 이전 비용이 지원될 테지만 단순 세입자들은 그저 보증금받고 나면 그만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세 수요는 올라가고 가격까지 올라가면 결국 세입자들은 싼 곳으로, 시 외곽으로, 그리고 좀 더 안 좋은 주거 환경으로 밀려갈 수밖에 없다. - 부동산 투기는 보장해줘도 세입자들의 주거권은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게 대저 쥐박이와 딴나라당, 뉴라이또 꼴통들이 주장하는 바 자본주의인데 실제 자본주의에선 그런 거 나쁜 거라고 가르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좀 더 안 좋은 주거환경이란 단순히 살기 좋지 않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그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은 건강상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며 최선의 경우라 해도 교통비의 증가는 피해가기 힘들다. 이게 무슨 의미인고 하면 규모의 차이가 있을뿐 예전보다 지출이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게다가 이런 지출은 예상외의 지출이다. 남조선의 정서적 정황상 전세거주자는 주택소유자보다 가난할 것인데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 예상외의 지출까지 늘어난다는 건 그들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 이른바 중산층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볼때 이미 존재하는 주택들을 한꺼번에 밀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주택(이라고 해봐야 날림으로 지은 아파트들이지만)을 건설하는 주거정책은 원점에서 완전히 재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 재개발이나 재건축들 대부분은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투기의 목적이 더 강하다. 이런 상황에선 그저 없는 것들만 점점 더 변방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