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믿어선 안 되는 이유
오바마가 죽기를 기도한다는 목사가 있단다. 내 기준에서 보자면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 애시당초 신의 이름을 빙자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목사나 중, 신부라고 해서 다른 이들보다 더 도덕적일 것이라거나 좀 더 고결한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나에겐 없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일 게다.
그래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것은 그가 직접 오바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도한다는 것이다. 신자들은 기도의 효험에 대해서 확신할지 모르지만 말했다시피 난 아니다. 고로 직접적인 행동이 아닌 기도 혹은 저주가 신통한 일을 할 것이라곤 믿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 다만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죽기를 기도한다는 것이 그네들의 종교적 신념에 비추어 볼때 타당한가하는 문제는 남는다. 물론 그 판단은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 신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아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이 오바마를 저주하는 이유다. 낙태 허용이 그것이다. 난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유도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반대론자들에게도 충분한 반론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어서 토론을 한다고 해도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될 문제이기에 여기서 언급하고 싶진 않다.
다 만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는 도덕적, 윤리적, 종교 교리적 문제에 속하지만 낙태를 찬성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현실적, 실재적 이유란 차이가 있다. 때문에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해도 결코 없어지지 않을 문제라는건 자명하다. 따라서 이건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할 문제다. 이런 문제에 종교가 끼어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특히 모든 상황을 선과 악이란 극단적 이분법으로 가르고자 하는 보수 기독교가 끼어들면 더욱 곤란해진다.
두번째로 낙태, 영아 살인, 영아 유기와 관련된 문제다. 낙태의 경운 조금 다르지만 영아유기나 영아살인은 대체로 많은 이들이 반문명적인 처사로 여긴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나라들, 특히 저개발 도상국가들의 빈민 계층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심지어 스스로 그네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남조선조차도 영아유기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남조선의 경우가 그네들과 조금 다른 것은 빈부격차가 아니라 '근본'을 따지는 관습에서 유래한다.그런데 사람들은 이 '관습'을 흔히 '도덕율'이라고 판단한다.
정말로 재미있는 일은 지금부터다. 낙태나 영아살인, 영아유기의 원인을 단순화하자면 빈부 격차의 문제 그리고 도덕율을 앞세운 관습, 이 두가지다. 조금 부언하자면 서구의 경우 대부분의 관습은 종교적 영향아래 성립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낙태나 영아살인, 영아유기가 발생하는 원인자체가 이미 종교의 영항하에 성립된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는 역설이다. 게다가 낙태를 극렬하게 반대한다는 미국의 기독교 계파는 정치적으로 공화당의 열혈 지지 그룹이고 알다시피 공화당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의 빈부 격차를 가속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기도하면서까지 반대하고자 하는 일이 사실 그네들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이 가리키고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종교를 앞세우건 그보다 더한 것을 앞세우건 그들이 그것을 앞세우는 이유는 '잘못된 지배'를 행하기 위해 스스로를 특권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오직 그런 욕망을 꿈꾸는 자들만이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나 과오에 대해서 아무런 수치심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더욱 불행한 사실은 그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