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권력자의 자격

The Skeptic 2009. 9. 19. 17:09

생각해보면 난 아주 옛날부터 힘을 갖는 자리라는 걸 백안시해왔었던 같다. 아마도 세상의 때가 덜 묻었던 그 옛날엔 그 힘에 수반되는 책임감의 무게가 지나치게 버겹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으며,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내 앞가림도 힘든데 남 일까지 신경쓴다는 것이 귀찮아서 였으며, 머리가 굳고 철이란 게 조금 들고난 뒤엔 나같은 인간이 그 힘을 갖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같은 인간'이란 것이 지칭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사귀면서 사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비현실적인 바램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인간들중 그런 욕망을 갖고 있지 않은 존재는 없을 것이다. 또한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에 걸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적응하는 존재란 점에서 그 욕망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고 사소한 것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인간이 존재하는데 그런 욕망이 다른 이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강한 인간이라면 과연 그런 인간이 타인의 생사여탈권까지 손아귀에 쥘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의 주권을 일시적으로 양도받는 인간들에겐 양심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이 요구되는 것이며, 타인과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타인들에게 해악이 되지 않는 이상 자기의 욕망과 배치되더라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엄격한 수준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쥐박이와 그 똘마니들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저들에게 막강한 힘을 쥐어주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기독교 원로들은 만나면서 불교계 원로들은 무시하는 인사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자신들에 반대하는 노조는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인사들을 관료로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인사가 대통령이어도 괜찮은 걸까? 물론 이미 쥐어준 상황에서 이런 의문은 부질없는 짓이긴 하다. 

경제적인 면에서 쥐박이나 메기 IQ영삼이나 전대머리나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