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부동산 시리즈 3

The Skeptic 2009. 11. 2. 02:03

부동산 시리즈 3

 

경기하강 국면에서 주택을 비롯한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지나친 가격하락은 기업 입장에선 이윤율이 하락하는 것이고 거래에서 적정한 수준의 이윤이 나지 않는다면 기업은 그 손해 부분을 다른 곳에서 벌충해야 하는데 그것들이 바로 임금 삭감, 인력 감축, 연구개발비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하강과 위축이 장기화된다면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하고 있는 국면에서 가격 하락을 막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 경기위축은 소비심리 위축을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팔기 위한 가장 좋은 유인책은 역설적으로 낮은 가격일 수밖에 없다. 가격을 약간 높이고 1+1을 외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동종업계 혹은 동일지역안의 상권이라면 가격하락 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락은 필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부다. 기업과 가계는 이 상황을 제어할만한 수단이 있는 경제주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경기를 회복시키면 될까? 그렇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경제가 한 몸처럼 얼기설기 엮인 상황에선 일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모든 경제 시스템이 오로지 수출 하나만 바라보도록 만들어진 편향된, 그래서 외풍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진 남조선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게다가 경기를 회복시킨답시고 지나친 물량공세를 취하는 것은 공급과다 현상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알다시피 공급과다 현상이 불러오는 것은 가격하락이고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경기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위기는 기회'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명언이고 기업이나 가계가 본으로 삼을만 하지만 한 국가의 행정부가 취할 금언은 아니다. 기업이나 가계의 잘못된 선택의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행정부의 실수는 모두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하나다. '가격하락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벌어지는 상황에 맞추어 가는 거다. 흔히 '땜방식 처방'이라고 하면 누구나 손쉽게 욕하지만 경기가 불황이거나 장기적으로 불황에 시달릴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벌어지는 일들중 최악의 상황들만 틀어 막으며 버티기에 나서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위기상황에선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가장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