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좋은 놈, 나쁜 놈 그리고 환경'

The Skeptic 2009. 12. 9. 01:29

모든 일에는 '계기'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설사 때되면 배고프고 졸립고 화장실가고 싶은 생리적 욕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글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계기'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이 쓰는 것만큼이나 많이 읽은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물론 나같은 사회불만세력에겐 눈가는 곳 모두가 '계기'다. 짧은 문장을 하나 읽었다.

 

"좋은 사람은 나오기 힘들지만 나쁜 놈은 쉽게 만들어진다."

 

아주 틀린 말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좋은/나쁜'이란 가치는 '사람'과 그리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일/나쁜 일'은 대개의 경우 '사람(들)'과 결합되어 발생하기에 분리하여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몇몇 예외적인 경우엔 '사람'이란 주체가 '가치'를 선택하는 절대적인 존재로 드러나기도 한다. 절/대/로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만큼 강렬하기에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절대화되는 경향이 있고 비극적인 결론이지만 잘못된 보편화의 길을 걷는다. 모든 종류의 영웅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그들은 '영웅'이란 점이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귀감의 대상이 될 순 있겠지만 모든 이의 인생을 규정하고 규격화하는 거푸집이 되어선 안 된다.

 

아무튼 '좋은/나쁜'이란 가치는 '사람'과 큰 관계는 없다. '좋은 일을 한 사람/나쁜 일을 한 사람'이 존재할 뿐이고 사람이란 주체는 좋은 일/나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나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존재하고 거의 모든 경우 그 환경에 따라 사람은 좋은 일과 나쁜 일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앞서 영웅담 이야기를 한 이유다. 우리는 너무 쉽게 영웅과 보통 사람을 일체화시키는데 익숙하다. 그런 논리로 사람들에게 홀로 독야청청 영웅의 길을 가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조금만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우격다짐에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

 

사재털고 몸바쳐서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그 후로 몇 대에 걸쳐 가난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데 나라팔아먹고 부를 거머쥐었던 친일파들은 대대손손 잘 살고 심지어 지금도 친일파였던 선조의 재산을 돌려달라며 법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대표되는 80년대 민주화 세력들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영웅처럼 몸바쳐서 옳은 일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일종의 언어도단이다.

 

게다가 불행히도 이제 남조선은 그런 시도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 약 15~20년전만 해도 용산참사같은 일이 벌어지면 적어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과 영웅처럼 몸바쳐 옳은 일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만의 싸움이 되었다. 게다가 시민사회의 성장은 느리기만 하다. 그 갭사이에 남은 것은 오로지 '선거'뿐이다. 혹 또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다가울 선거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지도.

 

그러나 시민사회의 성장없는 선거란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딴나라당과 민주당간의 권력 바톤터치의 무한반복같은 미국식? 아니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본 자민당식의 보수대연정을 통한 반세기 장기집권? 결론은 아마 이 둘중 하나일 거다. 개인적으론 아메리칸 스타일에 한 표주련다.

 

 

p.s.

그러니까 우리도 지역구 폐지하고 100% 정당명부제를 해야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