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욕할 것 없다.
1. 돈문제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만 놓고 판단해볼때 히어로즈의 잘못이란 건 가입금중의 일부를 연고권 분배를 위한 돈으로 생각하고 LG와 두산에게 나누어 준 것 밖에 없다. 그마저도 과거 사례가 있기에 온전히 히어로즈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돈문제와 관련한 책임을 굳이 들라면 히어로즈와 정신나간 스포츠 행정의 대명사인 축협과 점점 닮아가는 KBO, 야협이다. 단장회의든 구단주 회의든 책임감있는 의사결정기구에서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내리고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불상사다. 그런데 이 단순한 행정절차를 몰랐든지 귀찮았든지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혼선은 만인이 억울해 하는 사태가 되어 버렸다.
2. 트레이드 문제
과거 쌍방울 문제를 들먹이며 히어로즈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팀의 핵심 선수들을 내다 팔면서 정상적인 전력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이고 그런 팀은 이른바 승점 자판기로 전락할 우려가 높으며 리그의 질을 떨어 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를 짚어보자. 남조선은 그 자체로 스몰마켓이다. 프로야구단은 보이는 돈보다는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를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히어로즈는 모기업조차 없다. 오로지 야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를 창출해줄테니 그 비용을 내라는 장사를 할 뿐이다. 지하철 전광판 광고료 받는 것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 히어로즈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히어로즈가 실패하면 누구도 달려들지 않을 거다) 실험인 셈이다.
모기업 부도나 자금사정 악화로 없어진 삼미, 청보, 태평양, 쌍방울 그리고 해태와는 상황이 다르다. 리그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근심을 이해못하겠는 것은 아니나 과거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트레이드 문제 역시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히어로즈는 이제 겨우 가입금 완납을 했고 구단으로서의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처지다. 히어로즈가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 그 길이 남조선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인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두 구단이 있다. 한 구단은 '화수분 야구'란 이름으로 불리며 유망주들을 잘 키워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팀내 프래차이즈 스타들을 잡는 것에 인색하고 FA영입조차 없다. 다른 구단은 사실상의 신생구단으로 잘 나가는 선수들을 팔고 유망주들을 받아서 키워내는 경영을 하겠다고 한다. 경영방식이나 구단 운영방식에 관한 한 두 구단은 차이가 없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모기업의 유무일 뿐이다. 단지 그 차이때문에 두 구단을 전혀 다른 구단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히어로즈에게 시간을 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p.s.
내가 보건데 남조선 스포츠 계를 말아먹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오래된 지병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발생한 급성인데 급성부터 언급하자면 생각도 없고 정치적으론 파시스트인 유인촌이가 문광부 장관이 된 것이고, 두번째 오래된 지병은 각종 스포츠 협회들이다. 기초적인 행정절차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즉흥적인 땜빵을 대단한 일인양 생각하는 무뇌아 집단들. 그런 인간들 졸라게 많이 안다. '나만 믿고 일단 따라와보라'라는 개거짓부렁을 늘어놓는 사기꾼들, 불행한 일은 남조선 인간들은 이런 인간들을 결단력있고 추진력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남조선이 사기치기 좋은 나라인 이유다.
p.s.2.
김시진 감독이 젤루 불쌍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