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racism

몰상식한 행동의 이유

The Skeptic 2010. 1. 2. 01:56

인터넷 모처를 돌아다니다 장애인(주1)에 대한 글 하나를 발견하였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자명하고도 익히 많이 알려진 통계들, 말하자면 장애인의 90% 정도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이라는 사실들과 자신의 경험이 어우러진 참으로 설득력높은 글이었다. 물론 그 글을 읽은 많은 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처우 개선, 또 굳이 말하자면 이동권과 같은 기본권이 참으로 필요하다는데 적극 공감할 것이란 기대는 별로 없지만. 자꾸 여러 가지 스타일로 강조해서 미안한데 인간들이란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죽음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무관심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내 관심사는 그 글이 아니라 그 글밑에 달린 한 댓글때문이었다. 댓글단 이에 의하자면 아는 사람이 용역회사에서 일하는데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게 가장 짜증난다고 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길바닥에 나앉아서 죽겠다며 난리친다고 말이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다.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나도 비슷한 생각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웬지 정당하지 못한 짓이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그게 단순히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란 말로 간단하게 표현될 만한 일일까 하는 의문이 뒤늦게 들었다.

 

<혹시 그들에 비해서 내가 절실하지 않았던 탓은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뒤통수를 두드려 맞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행동중 일부는 과장된 것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별로 잘난 것도 없는 나같은 인간조차 그런 과장을 속임수라 여겨 행하기를 꺼려했는데 그들은 그걸 기꺼워 했을까? 아닐 거다. 인간은 대체로 비슷하다. 특히 같은 지역구와 비슷한 문화속에서 사는 인간들은 더욱 그렇다. 특히 무의식적으로 남들의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행위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들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감정을 이기고 그런 행동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왜? 적어도 그들은 나보다는 훨씬 더 절박했으니까. 인간의 행동이 흔히 말하는 점잖음과 상식, 그리고 여유를 넘어 치열해지고 악에 바치는 것은 그것이 그들에겐 너무나 절박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은 남조선이란 나라에서 버림받고 무관심의 대상인 약자이기 때문이지 수많은 어처구니들이 떠드는 것처럼 좌빨이어서가 아니다. 


 

주1)

장애우란 표현 싫어한다. 나랑 그 사람이랑 언제 봤다고 친구란 표현을 함부로 사용하는가? 가식이다.

 

p.s.

이런 생각을 하고서야 비로서 난 영화 '미쓰 홍당무'에 등장한 대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이 몰상식한 행동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아! 그 대사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던 거다! 난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