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연합은 허구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피선거권이 아닌 사실상 선거권에만 관심있는 이들에게 정치란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 선택이 보잘 것없는 것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매트릭스에서도 강조하지 않던가? '문제는 선택'이라고. 빨간 휴지... 아니 알약을 먹을 테냐? 파란 알약을 먹을 테냐? 뭐 사실 이런 선택의 경우 소수의 사람들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파란 휴지... 아니 알약을 먹고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살아가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의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중 절반 정도는 트리니티가 그 개고생을 해가며 데려 오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다른 절반 정도는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을 내밀어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캐묻다가 모피어스에게 먼지나게 처맞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진실이란 것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겐 선택조차도 사치니까.
뭐 아무튼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이른바 '반 죄박이 전선' 구축을 위하야 야 5당과 시민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의견이 갈리고 있단다. 아마도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바 그것이다. '민주대연합'이냐? '진보대연합'이냐? 파란 알약이냐? 빨간 알약이냐? 거창해 보이지만 이거 졸라 단순한 스또리다.
'민주대연합'(이하 민주)은 말 그대로 '죄박이와 한나라당만 아니면 누구라도 괜찮아요.'고, '진보대연합'(이하 진보)은 '죄박이나 그 비스무리한 무리들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괜찮아요.'다. 민주는 일단 선거에서 승리한 후에 정책을 정하자, 즉 다 같이 참여하고 나중에 토론하자는 방식인 반면, 진보는 정책을 먼저 정하고 그에 대한 동의부터 먼저 하자, 즉 따질 거 먼저 따지고 움직이자는 것이다. 물론 이 설왕설래에 대한 내 견해는 진작부터 밝힌 것처럼 진보 쪽이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사례들... 이라곤 했지만 사실 유일한 사례는 '민주 대연합'밖에 없다. 과거에도 각종 선거때마다 거의 매번 '민주 대연합'은 성공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알다시피 보시다시피 현재의 남조선이다. 이른바 좌빨정권 10년동안 노동유연화는 더욱 심해졌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 역시 고착화되는 모순적인 현상이 벌어졌을 뿐 아니라 죄박이가 대통령이 되시자마자 남조선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최소 20년 이상 후퇴했다.
민주 대연합은 매번 성공했지만 나라돌아가는 꼬라지는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하다. '민주 대연합'이란 허울이 사실상 전라도 토호 세력인 민주당의 기득권을 보호 강화해주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국민경선이란 제도가 없었다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민주 대연합'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얼까?
1번, 죄박이와 딴나라당하는 꼬라지가 너무나 지랄이라서 더 이상 내버려두면 얼마나 막심한 피해를 입을지 모르니 일단 바꾸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설득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 다음엔? 2번, 예전과 달리 이번엔 민주당의 기득권을 마냥 인정해 주지 않을 비책이 있다. 그런데 그게 뭔가? 그 중요한 키는 국민참여당이 쥐고 있다. 노무현의 적자임을 자처하는 그들이 과거 노무현의 지지층에게서 얼마나 많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그 파괴력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런데 이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진보가 마냥 옳기만 한 건 아니다. 사람들은 죄박이를 대통령으로,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뽑았다. 도덕적으로 엄청난 실격사유가 있으며, 극빈층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작 극빈층을 위한 복지 예산은 대거 삭감하는 사기꾼 내지는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표를 주었고, 정치적인 경력이라곤 전무하지만 방송출연 자주 하고 인상이 좋은 인간을 시장으로 뽑았다. 이게 현재 남조선이란 동네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진보쪽엔 그럴만한 얼굴마담들이 얼마나 있는가? 글쎄다.
그래서 제안한다. '반(半)민주 대연합, 반(半) 진보 대연합'이다. 단순하다. 일단 민주당 내쫗아라. 인물은 조금 떨어져도 조직력만 놓고 보면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시민단체까지 더하면 인물문제도 많이 해소된다. 같은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후보 낸다고 해도 흔들릴 필요없다. 3자 싸움가면 된다. 민주당이 끝까지 우기면 자민련처럼 지역 토호정당으로 전락할 것이고 남조선 전체의 정치적 각성도를 비교해볼때 상대적으로 정치의식이 높은 전라도의 특성상 장기적으론 그 위치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마치 딴나라당이 경상도의 주요 도시들에서 생각외로 고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선거가 장기적으로 정치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악을 피해보자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물론 난 지금까지 그 최악이라도 피해보고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민증 끌어안고 투표소갔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재집권이란 10년의 기간동안 남조선 사회가 대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목도하는 순간 이른바 진보 세력이 민주 대연합이란 허구적인 논리에 휩싸여 사실상 민주당의 2중대로 기능하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를 깨달았다.
그게 반복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파란 알약을 먹어라. 진실이 아닌 네가 믿고자 하는 것만을 믿게될 것이다.
"You take the blue pill, The story ends, You wake up in your bed and believe whatever you want to believe."
p.s.
어쩌다 보니 학상 시절 같이 논 죄루다 요즘도 그 시절 선후배 동기들을 만나면 본의 아니게 이른바 민주대연합 지지하는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말이다. 제발 부탁인데 이제 정신들 좀 차리지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