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사우스 파크가 진리다.

The Skeptic 2010. 1. 12. 00:42

가장 좋아하는 애니가?

 

라고 누가 물었었더랬다. 아마도 승만이가 자유당 깃발 휘날리며 남조선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노라고 까불던 시절 즈음 (원래대로라면 아마도 '호랭이가 담배피우며 침 좀 뱉던 시절'이란 표현을 사용했을 테지만 앞으로 내가 거명할 애니가 또 그런 애니가 아닌지라 그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조금 다른 표현으 사용해본다) 이었던 것 같다. 그 땐 가이낙스에 낚여 살던 시절인지라 서슴없이 '에바'를 뽑았더랬다. 

 

그런데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는 그게 아니다. 철없던 시절엔 무언가 그럴듯하게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것이 좀 더 고상하고 품격있는 짓거리라고 생각했으나 나이가 들다보니 점잔빼면서 사기치는 게 더 싫다. (?...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나 보다. 보통은 그 반대라던데) 그냥 대놓고 말하는 게 더 좋다. 그게 말도 안 되는 편견이라고 하더라도 괜시리 능쳐서 말하면 진의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따지기도 힘들다. 그러나 면전에서 대놓고 말하면 일단 알아듣긴 편하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결국 최고의 애니는 '사우스 파크'다. 예를 들면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대해 다루면서 성경에선 예수의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상세히 기술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영화에서 묘사한 내용들은 중세(?) 시절 유대인들을 모함하기 위한 연극에서 따온 모티브라는 것을 지적하는 대목은 참으로 대단하다. 게다가 단순하기로 제일 가는 캐릭터인 카트만이 그 영화에 매혹된 나머지 유대인을 학살한 나찌를 숭상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영화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은 한 단계 더 상승하다. 


그리고 가장 멋진 장면은 바로 카일과 늘상 죽는 역할로 나오는 캐니(그러나 다음 에피소드에선 늘상 살아서 돌아 다니는 슈퍼맨이다)가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 나오는 장면이다. 


"한 남자를 두 시간동안 고문하는 영화가 무슨 영화야. 스너프 필름이지. 환불해주세요."


결국 케니와 카일은 돈을 돌려 받으러 멜깁슨에게까지 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뭐...


예전에 나도 같은 영화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스너프 필름'이란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러 놈이 한 놈 돌림빵하는 거 졸라 치사하고 더럽지 않냐라는 정도였다. 이 '사소한' 차이는 아마도 카일이 나보다도 훨씬 고차원적인 무신론자이기에 가능한 일일 게다. 난 무신론자이긴 하지만 예수가 부활이라든지 하나님이 자기 애비라든지 하는 따위의 헛소리를 지껄인 것 등등을(사실 왜 그래야 했는지에 대해서조차 이해하는 편이다(주1)) 제외하면 지랄맞게 고생한 것과 그다지 틀린 말한 것이 없다는 정도는 인정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예수나 기독교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 종교를 믿는 인간들이 글러 먹었다는 쪽에 손을 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주2) 


아무튼 최고의 애니는 '사우스 파크'다. 주기적으로 봐줘야 한다. 특히 심사가 이리저리 배배 꼬일 땐 더더욱.



주1,2)

상황이 이러니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을 사칭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 말을 해도 그 말이 뭔 말인지 도무지 알아 먹지 못하는 인간들 아닌가? 누군들 편법의 유혹에 빠지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인간적으루다가 예수의 입장과 처지가 100% 이해가 된다. 외려 예수가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이래 첫번째 파시스트가 되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란 생각한다. 다만 그 후예를 자처하는 것들이 파시스트가 되어가니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