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뱁새걸음 집값, 황새걸음 전세값

The Skeptic 2010. 1. 15. 03:53

또 다시 전세가격이 들썩이고 있단다. 또 혹자는 이 상승이 주택수요 팽창을 의미하는 잠재적 주택수요층의 문제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해서 꽤 알만한 포탈 사이트의 경제토론마당같은 곳에선 참으로 섣부르게도 부동산 가격 폭등을 예언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들의 예언은 단순한 하나의 사실을, 그것도 단 한 가지 시각에서 침소봉대한다는 측면에서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집이란 게 그렇다. 특히 '내 집'이 주는 의미란 남조선 사회에서 그리 단순하지 않다. 좌빨 정권 10년동안 세입자들을 위한 권익이 많이 향상되었다곤 하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세부적인 차원의 문제해결보다는 총공급과 총수요의 측면에서 접근한 탓이 크다. 그나마도 죄박이가 대통령질 시작하고 난지 단 2년만에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전세나 월세를 사는 것은 내 집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하거나 만족스럽지 못 하다. 미친 년 널뛰기하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집값에 따라 월세나 전세가격 역시 널뛰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알다시피 이미 올라간 가격은 어지간해선 내려올 줄 모른다. 그리고 월세의 경우엔 벌이의 일정 부분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는 면에서 더 불리하다. 오죽하면 매일같이 부자되는 법을 알려 준다는 사람들마다 우선순위중의 하나로 꼽는 것이 '내 집 마련'이겠는가. 그리고 남조선 사람들이야말로 '내 집'이 주는 안정감에 집착하는 사람들 아닌가. 


결국 '내집 마련'은 남조선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 밖에 없는 희망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는 반면 전세가격은 상승하고 있다는 이 기이한 현상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으면 집값과 전세 가격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미미하다고 여겨지면 사람들은 전세를 사느니 주택을 사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좀처럼 그런 현상은 벌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현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지표가 좋아졌다곤 하지만 낙관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는 의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가 곧바로 활황세를 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완만한 상승세 혹은 일본 식의 장기불황, 나아가 더블딥까지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비관적인 미래전망들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부동산이란 자산 시장의 거품이다. 이 거품이 완만하게 가라앉으면 장기 불황, 급속도로 빠지면 더블딥이후의 장기 불황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일본이 겪은 장기불황의 경우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일본만의 현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에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 여건은 사뭇 다르다. 이미 전 세계가 만성적인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개별 국가의 경제가 홀로 활황세를 보이긴 힘들다. 


두번째의 경우는 단순히 심리적인 불안감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요의 감소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구들은 언제나 수요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 형식적인 수요층의 몇 퍼센트 정도가 실질적으로 구입에 나설 수 있을까? 정부의 공공 근로사업에도 불구하고 신규 취업자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실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 임금 상승율역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수요층은 존재하는데 수요는 발생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다. 


결국 신규 수요층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소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전세나 월세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전세 가격 상승의 의미다. 문제는 이것이 사실일 경우 물량공급을 통해서 주택 가격 하락 혹은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멍청한 짓이라는 점이다. 수요층의 소득이 감소해서 벌어지는 방어적인 소비패턴을 공급으로 뚫어 보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 죄박이 정권은 현재 남조선의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단순한 '수요-공급의 문제'로 파악하는 멍청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지표가 나아져도 실질적인 경제 활동과는 유리되는 문제가 고착화되어가고 있다는 거다.


죄박이 정권은 이런저런 통계를 들어가며(개인적인 견해로 보자면 조작) 아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다고 주장한다. 즉 주택공급을 더욱 늘리지 않으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거란 논리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공급이 모자라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보다는 실질 소득과 수요의 감소, 그리고 일시적 공급과잉으로 인한 주택 가격 하락이 더 빠르게 찾아올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집값은 보합세를 보이나 전세 가격은 상승하고 있는 이 적절한 주택구매 타이밍에도 불구하고 방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남조선 인민들은 이 모든 경제현상을 꿰뚫어 보면서 현명한 짓을 하는 것이든, 그저 미래가 불안정하고 불안해서 아무 것도 안 하려는 것이든 결과적으론 현명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