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용산 참사에 대한 새로운 국면

The Skeptic 2010. 1. 24. 01:44

재판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 알바부터 파시스트 언론들이 최근에 용산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약속이라도 한듯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대놓고 밀어 붙이진 않았다. 말하자면 새로운 기록의 공개로 말미암아 견찰과 견찰 수뇌부의 잘못이 드러났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기소를 감행한 검새들의 정치지향적 행태들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탓일까? 이제 그들의 주된 타겟은 용산 철거민이 아니라 '전국 철거민 연합회'로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이건 남조선에선 꽤나 잘 먹히는 방식이다. 남조선 인민들은 쥐좆만큼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기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인 경우 늘상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불학무식한 견해를 노정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 범주엔 남녀노소뿐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진보를 제외한 얼치기 진보와 보수, 극우라는 차이조차 불문하고 모두 포함된다. 

 

동네 삼거리 가게 앞에서 동네 할 일없는 백수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막걸리 좀 까다가 문희가 최고다 아니다 윤정희가 최고다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을 놓고 백주대낮의 결투가 벌어지는 경우 우린 '당사자간의 해결'이란 원칙을 고수할 수 있다. 그래봐야 술 한잔 빤 동네 백수 아자씨들이다. 주먹질은 커녕 멱살잡고 10분만 씩씩거리면 아랫도리가 풀릴 것이고 오줌이나 안 지리면 다행이다. 

 

반면 최근 심심찮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자동변속 기어차량의 급발진 사건은 어떨까? 스틱운전조차 버겹거나 귀찮어서 오토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자동변속 기어를 채택한 차량의 급발진 사고와 관련된 차량 전자제어장비 오류 또는 기계적 결함 혹은 주변 전자장비들의 간섭에 의한 차량 오작동과 관련된 증명'을 직접 해와야만 해당 사고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고 하면 어떨까? 

 

그도 아니면 가벼운 신체 이상 증상 탓에 병원에 실려온 환자가 갑작스럽게 상태가 위중해지고 사망한 경우 그 사망과 관련된 의학적 혹은 생리학적 과학적 증명을 약 포장이나 박스를 버리고 나면 그 약이 소화제인지 두통약인지 구충제인지조차 구별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해야만 한다면 어떨까? (주1)

 

남조선 인민들은 다들 그럴 자신들이 있으신 모양인데 난 없다. 고로 난 전철연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의 도움 기꺼이 받을 거다. 아니 상황이 다급하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요청할 거다. 

 


주1)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적어 보이는 아줌마 하나가 초딩인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소화제을 먹인다면서 포장도 없이 알약 몇 정이 남은 케이스에서 약을 꺼내서 먹였다. 그런데 약을 주면서 자기네가 먹는 무슨 소화제라고 하는데 나도 집에다 상비약으로 마련해놓고 있는 그 약이었다. 문제는 아무리 봐도 그 약이 그 약이 아닌 것 같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줌마가 버린 케이스를 주워 뒤를 살펴보니 이렇게 씌어 있었다. '알벤다졸'  

 

일반적으로 알벤다졸은 구충제로 쓰인다. 뭐 구충제가 딱히 해로운 것도 아니고 많이 먹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해서 그냥 지나갔지만 솔직히 좀 충격적이긴 했다. 그리고 부주의하며 산만한데 극성스럽기까지 한 엄마를 둔 그 아이의 건강과 안녕이 조금 염려스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