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Paranormal Activity] 역시 난 공포영화를 보면 안 된다.

The Skeptic 2010. 1. 28. 02:51

Paranormal Activity

 


이 영화를 설명하는 세 가지 단어.


1. 페이크 다큐멘터리

2. 폴터 가이스트

3.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이 아님

 


홈무비를 제작하는 듯한 낮은 화질은 특이하게도 진실인 양 보이도록 만들며, 관객과 카메라의 시선이 일치하도록 만든 시점은 실제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장점이다. 그러나 결국 영화고 페이크란 점. 영화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른바 '충격적인 마지막 10분'이란 대목에 넘어가서 영화끝나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질을 할 필요는 별로 없다. 그래도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인터넷 서핑을 추천한다. 그러나 강조하건데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영화다. 

 

'폴터 가이스트'는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가진 악동 악령중의 하나이며 이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게도 '페이크 악령'이기도 하다. 폴터 가이스트 현상은 발구름 소리나 접시깨지는 소리,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같이 집안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란스런 행동들을 지칭하며 그것들을 일으키는 악령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폴터 가이스트 현상이 벌어지는 집안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어리고 장난끼 가득한 어린 애색희들이 있다는 거다. 사실 이 정도면 모든 설명은 다 끝이다. 

 

아마도 악령 폴터 가이스트의 탄생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 탓일 확률이 크다. 어느 지역이나 다 비슷하지만 이른바 아동 노동이 악으로 지칭되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된 편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산만하고 무질서하며 부산스러운 존재들, 그들을 제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방법들중 하나가 악령과 같은 존재를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접시나 공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폴터 가이스트란 악령이 너를 잡으러 오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중 명민하며 약아빠진 아이들 몇몇이 자신들의 실수나 혹은 의도된 장난, 말썽의 핑계로 폴터 가이스트를 이용하는 것이 꾀병만큼이나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상황은 역전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하는 이상 어른들은 부정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들중 몇몇 사건들은 거의 완벽하게 완전범죄로 남았을 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이야기에 뼈대가 생기고 살이 붙게 되면서 비로서 악령 폴터 가이스트는 완성되었을 것이다. 

 

'충격적인 마지막 10분'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은 깔끔하다. 군더더기도 없고 이리저리 살을 덧대려는 무리한 시도도 없으면서 소소한 사건들이 조금씩 커지는 과정들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솜씨는 꽤 괜찮다. 버뜨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영화광들에겐 그저 모든 것이 시시하고 김새는 과정일 수도 있다. 

 

물론 나처럼 감독이 설치한 모든 함정들을 다 알아 차리고 실제로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그 모든 장치들에 다 놀라는 사람에겐 김새는 과정은 아니었다. 놀라고 난 후에 조금 시시하긴 했지만.



p.s.

모르고 있다가 기절초풍하듯이 놀래던가

알고 있으면 아예 안 놀라던가 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또 놀라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