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붕괴 그리고 사교육의 전면화가 이루어지는 방식
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성이 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들중 가장 뛰어난 것이어서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수많은 능력들중 가장 천대받는 혹은 경외시되는 능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천대와 경외란 서로 모순되는 태도이면서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하나는 너무나 가볍게 여겨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너무 무겁게 여겨서 스스로 소유하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둘 다 좋은 태도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철두철미하게 이성이란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은 아니다. 어제 고려대에서 총장질한다는 이기수란 아해의 발언을 접하고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그다지 좋지 못한 방식으로 비판했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단순히 망언으로 치부되기엔 사실 매우 심각한 배경이 존재한다는 걸 지적하지 못 했다.
"교육의 질에 비해 싼 등록금"
이란 발언이 갖고 있는 의미는 '교육'을 사고 팔 수 있는 재화로 가정하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요즘 남조선 돌아가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높은 교육 수준에 걸맞지 않게 그 댓가가 너무 헐하다'라고 보는 관점이다. 결국 '수준높은 교육을 받으려면 더 많은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발상이고, '더 많은 댓가를 지불하면 당연히 더 수준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부익부 빈익빈, 부자는 점점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부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 부의 집중에 따라 교육의 기회조차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IMF이후로 남조선의 모든 연구조사에서 공히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이기수란 아해의 말이 맞다면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인정하기엔 '교육은 국가의 백년 대계'란 상식이 무너진다. 그토록 개인의 부에 따라 차별화되는 교육이 당연한 것이라면 굳이 국가라는 공공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울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이 언명자체가 사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교육조차 공공성이 아닌 사유화의 영역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미 위대한 히틀러가 원대한 지구방위 계획을 세우면서 내세웠던 교육철학이 그것이었다. '잘난 민족이 못난 민족을 다스리면 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죄박이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남조선에선 공공의 가치라는 것이 뿌리채 뽑히고 있다. 남조선 사람들이 상식이라 믿었던 많은 가치들,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맏을 권리가 있으며,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등등. 그리고 사실상 이 상식은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인권 단체들, 국제기구에서 공히 인정하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영리병원 도입을 추구하고 공약이었던 등록금 상한제마저 헌신짝버리듯 하는 죄박이에게선 이 인류공통의 상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럴진데 일개 대학총장정도 되는 늙다리가 그런 생각을 한들 사실 무어 큰 대수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