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낙관? 멍청한 낙관주의자들...

The Skeptic 2010. 2. 2. 02:34

낙관은 좋은 거다. 같은 상황이라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낙관'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긴 인생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다고 말하기는 더욱 힘든 인생을 살아오면서 '낙관' 그리고 자칭 '낙관주의자'라는 사람들, 그리고 '낙관'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들중 진정으로 '낙관주의자'인 사람들은 솔직히 별로 본 기억이 없다.

 

대부분의 낙관주의자들의 본심은 이렇다.

 

"모르는 게 약이다."

 

알면 골치아프고 걱정거리만 늘어나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일들이다 보니 행여 그것때문에 암이라도 걸릴까 건강이라도 해칠까 싶어 이미 존재하는 일을 애써, 아니 사실 이들은 별로 애를 쓰지도 않는다. 그냥 아주 간편하고 편리하게 없는 일인 양 무관심해져 버린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게 '낙관주의자'라고 부른다. 물론 이런 종류의 낙관주의자들에겐 불행히도 낙관적인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낙관주의자들이 만들어 가는 낙관적인 미래에 무임승차하려는 것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기회주의자들과 이기주의자들에게 낙관주의자란 명칭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걸까?

 

학상이던 시절 그렇게도 낙관을 강조하던 선배를 만났다. 그가 투덜대더라. 세상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죄박이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 줄 몰랐다며. 

 

"몰랐다고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는 몰랐다고 투덜대고 난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냐고 쏘아붙이는 것, 불행히도 학상 시절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대화패턴이었다. 그 시절로부터 무려 20년 쯤 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낙관주의자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지로 인한 무관심이 낙관이 아니라는 걸 20년이 넘도록 전혀 깨우치지 못했다. 그것도 학생 시절 데모깨나 했다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변해야 하고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며 입에서 침이 튀도록 떠들던 사람마저도 스스로 전혀 변하지 못 했다.

 

어차피 난 사람이 변할 것이란 가능성에 대해 별로 기대를 안 하는 사람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 적어도 '주제파악'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란 졸라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명박이가 한 짓거리를 보면서 사람들이 다음엔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건 알았을 거야."

 

이 소리라도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런지 모른다.  대관절 알지도 못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낙관이란 걸 갖을 수 있으며 심지어 남들에게 낙관적이 되라고 훈계를 늘어놓을 수 있는지 난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