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노무현과 오바마

The Skeptic 2010. 2. 3. 02:35

버락 오바마의 지지도가 바닥을 긴단다. 그리 새로운 소식도 아니고 그리 놀라운 소식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 관한 한 미쿡보다 남조선이 선진국(단순히 먼저 경험했다는 의미임)아니던가? 알다시피 남조선엔 한국판 오바마 노무현 대통령이 있지 않았던가? 오바마가 미쿡에서 그리 금기시되는 인종의 벽을 허물었던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학벌/학연 사회의 벽을 허물었던 인물이다. 문제는 바로 그 상징성때문에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감이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영웅담을 좋아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그 이유도 단순하다. 자기가 나서서 하기엔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서(실제로 힘든 지는 모른다. 대개의 경우 시도조차 안 하니까) 누군가가 대신 해주었으면 하는 심보아닌가? 문제라면 한 사회가 민주주의를 모토로 거는 이상 영웅이란 나오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견제와 균형이 핵심인 민주주의 국가에 영웅이란 존재는 전혀 아니올시다인 존재다. 몇 번 강조한 것 같지만 영웅은 월례 난세에<만> 나오는 거다. 팝콘마냥 아무 때나 틱틱 튀어 나오는 거 아니다.

 

아무튼 그런 거다. 달걀인 줄 알았는데 껍질을 까고 보니 오리더라는 거다. 그러나 애시당초 노무현 대통령이나 오바마나 단 한번도 영웅이었던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그 유명한 청문회 스타도 원래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그 비슷한 정도 해줬어야 하는 건데 알다시피 그 당시엔 모질이 국회의원들이 상상하기 힘들만큼 많았던 시절 아닌가? (주1) 그저 'I hve a dream'을 외쳤던 '사람'일 뿐이다. 그들에게 영웅칭호를 갖다 부치고 멋대로 분칠해댄 것은 그저 나서서 하긴 귀찮아서 대리인을 찾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처럼 영웅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매사에 그런 것을 바란다는 점이다. 대졸 백수로, 나이 사십에 오갈데없는 실직자로 살아가면서도 어느 날 영웅이든 뭐든 나타나서 젖과 꿀이 강을 이루어 흐르고 밥때만 되면 하늘에서 만나가 졸라게 떨어지는 그런 약속의 땅이 될 것이라 믿는 거다. 어느 날 갑자기 말이다. 이들에게 '세상에 공짜란 없다', 'No pain, No gain'같은 건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건 죄박이가 열과 성을 다해 서울뿐 아니라 이 나라를 하늘에 있다는 그 머시기에게 봉헌하여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 줄 것이란 것보다도 더 허황된 소리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영웅으로 생각했던 이가 마술같은 기적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미워하며 요즘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 놓는 죄박이를 '그들'이 렬렬히 지지하는 이유다. 원래 기적과 사기, 영웅과 사기꾼은 한 끗차이라 구분하기 힘들다. 그리고 기적이나 영웅이 그렇게 흔한 거라면 사람들이 우상시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주1) 

지금도 기억난다. 마포 터줏대감이란던 모 의원의 자랑거리중 하나가 자기 지역구에서 대를 이어 주례를 서주었다는 말이었다. 국회의원이 주례서라고 달아 주는 직함이 아닐 터인데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고 또 대단한 자랑인 양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살던, 좋게 말하면 정감넘치는 나쁘게 말하면 손에 손잡고 모질이로 살던 시절이었다. 뭐 그렇다고 그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더 나아졌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