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김성근 감독의 야구

The Skeptic 2010. 2. 23. 20:31

와이번스 김성근, "언젠가 내 야구 인정받을 것"

 

??? 글쎄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인정하지 않는 야구팬이 존재할까? 난 없을 거라고 본다. 시즌중이라면 와이번스 팬이 아닌 다음에야 늘상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되니 머리론 수긍하던 일도 가슴으로 수긍하기 힘들 뿐이다.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을 만나기만 하면 패배의 늪으로 몰아넣는 상대 팀을 좋아할 수 있는 용자 팬은 드물다.

 

80년 OB베어스의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야구를 좋아하게 된 나역시도 마찬가지다. 이종범, 양준혁, 구대성, 송진우가 나올 때마다 한국 야구계의 레전드들이자 동시대를 호흡한 그들을 응원해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야 하나를 고민하는 상황에 처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와이번스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베어스를 이기면 솔직히 김이 새는 차원을 넘어 짜증이 난다. 그래서 잠시동안 김성근 감독에 대해 투정비슷한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나면 늘상 와이번스의 강인함과 그 강인함을 창조해낸 김성근 감독의 능력에 대해서 찬탄을 금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의 야구가 재미없다고 말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난 뒤 각 팀별 스탯을 따져보면 항상 그 근거가 불충분함을 알 수 있다. '번트를 많이 댄다', '지나친 몸 쪽 승부', '불펜 투수들의 혹사' 등등 내가 들어본 모든 이유들을 시즌 스탯으로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 비난의 근거가 되지 못 했다. 그래서 난 오히려 그런 비난을 말하는 이들의 저의를 의심하는 편이다. 근거가 미약한 비난을 하는 속뜻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고 그 가장 큰 근거로 김성근 감독의 출신을 떠올린다.

 

알다시피 그는 재일교포다. 확인된 바는, 그리고 이제 와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때문에 김성근 감독이 차별을 당했다는 많은 이야기들이 야구계에 떠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야구선수와 팬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계(행정, KBO와 구단주같은)와 김성근 감독간의 문제였다.

 

지금도 남조선 탁구계와 빙상계는 이른바 출신 학교별로 파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욱 불행한 일은 그것이 드러난 분야일 뿐이란 점이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대중들에게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고 심지어 스스로 국기라고 일컫는 태권도 역시 마찬가지다. 별 것아닌 스포츠 연맹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파벌 싸움은 무의미한 소모전이며 연맹이 오히려 남조선 스포츠 발전의 발목을 잡는 최대 요인이란 비아냥을 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남조선 스포츠 행정의 수준은 아직까지 딱 그 수준이다. 60~70년대 지역주의를 조장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과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던 삼류 양아치 정치인들같은 바로 그 수준. 그런 모질이들에게 일본에서 건너온 한 야구감독이 야구판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는게 달가울까? 물론 조금이라도 머리라는 게 있다면 오히려 그걸 반겼을 것이다. 경제적 실익이 늘어나니까. 그러나 도둑 눈엔 도둑만 보인다고 파벌이나 조장하는 모질이들에게 그런게 보일리가 없다. 그들에겐 그저 경계해야할 또 다른 파벌의 등장일 뿐이다.

 

문제는 그 모질이들의 시선을 일반 팬들이 따라가는 경우다. 그 행위를 통해 얻는 실익도 전혀 없으며 다른 팬들에게 똑같이 모질이 취급을 받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그럴 수 있는 근거는 역시 남조선 특유의 지나친 민족순혈주의에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늘 강조하던 것처럼 이 역시도 뒤집어 말하자면 제 나라 제 민족의 안위조차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일본으로, 러시아로, 중앙 아시아로, 만주로, 쿠바로 길을 떠나게 만들었던 모국의 문제다. 그리고 자칭 민족주의자를 자처하는 인사라면 그렇게 모국을 등지게 된 이들에게 최소한의 연민과 이해, 그리고 조금 먹고 살만해진 지금 그들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남조선의 민족순혈주의자들은 그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모르거나 무시한다. 물론 무시와 무지는 다른 것이고 그 두 가지 행위를 영위하는 사람들 역시 많이 다르다. 무시하는 쪽은 그런 왜곡된 민족이데올로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경제적 이득을 착취하는 이들이고 모르는 쪽은 그들에게 착취당하면서도 그들의 칭찬 한 마디에 꼬리를 살랑거리는 무뇌아들이다. 그들에겐 살면서 하등의 도움도 되지않는 출신지와 국적만이 모든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내세울 것도 그것밖에 없다. 60~70년대 삼류 싸구려 정치의 전형이었던 지역주의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칭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그럴듯한 이유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근거없는 비난이나 파벌싸움과 경제적 기득권에 연연하는 연맹의 논리같은 것 말고 말이다.

 

아니면 그런 것 하나 없이 그냥 싫어하던지. -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경우는 없다. 좋고 싫음/옳고 그름엔 분명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런 이유를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의외로 정말로 많다는 걸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꽤 많이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엔 초.중,고딩은 당연히 열외다.

 

 

p.s.

또 시즌이 시작되면 와이번스와 김성근 감독에 대해 원망을 늘어놓을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