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할 이야기가 부동산 밖에 없구나...

The Skeptic 2010. 3. 20. 02:18

경제 이야기를 하려면 사실 부동산 시장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환율이나 금리같은 것들에 비해서 늘상 뒤 순번이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즈음의 남조선에선 모든 걸 막론하고 부동산 시장 이야기를 아니할 수가 없다. 일단 그것부터 남조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아무튼 각설하시고 상황이 그러니 부동산 이야기를 하자. 


일단 남조선 부동산 상황은 일간 찌라시에 이름달고 나와서 '후반기 강세'를 외치는 병진들의 개구라와는 달리 꽤 긴 시간동안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그 과정이 얼마나 길게 그리고 얼마나 급속하게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성급한 경제학자들은 벌써부터 일본 식의 '잃어버린 10년'을 언급하는데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벌어진다고 해도 일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과정이 펼쳐질 것이니 그런 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분명히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일시에 꺼지며 일어난 현상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던 많은 중산층이 붕괴되었으며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무시하고 대출을 남발했던 금융기관들의 연쇄 파산으로 인한 금융업의 붕괴가 그 시발이었다. 그러나 남조선의 부동산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부동산의 과열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거품자체에 대한 불신때문에 시장이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그것이 부동산 시장과 금융업의 붕괴였다면 남조선의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제 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과정을 부동산 시장의 붕괴라며 설레발을 치는 것들은 관료들이건 학자들이건 부동산 중개업자건 대통령이건 간에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해 현실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거나 그 계급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머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불황과는 직접적으로 별 관련도 문제도 없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의 붕괴 혹은 장기불황을 예상한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 이 자금 역시 조금이라도 나은 투자처를 따라 떠돌 것이다. 그런데 마땅한 곳이 없다. 주식이나 채권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최종적으로 갈만한 곳은 금융권 뿐인데 금리가 영 꽝이다.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유동자금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몇 번 말한 것처럼 올 해도 멍청한 죄박이 정권은 재정적자 정책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머저리같은 짓을 부르짖고 있다는 점이다. 멍청한 죄박이 정권은 주택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이란 허황된 계산법을 믿고 있는 듯 하다. 즉 유동성을 공급해도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흡수가 가능할것이란 예상을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유동성의 과잉 공급은 물가인상과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뿐이다. 실질 임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실업율 역시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다. 뭐 그 때쯤이면 자기 임기 끝난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대안은 출구전략밖에 없다. 단계적으로 하든 전면적으로 하든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만약 시기를 놓친다면 출구전략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좀 더 추가하자면 쓰잘데기없는 감세정책을 얼른 폐기하길 바란다. 아니 나아가 부자들과 부동산 과다 보유자와 같은 이들을 겨냥한 누진세율 확대를 통해 세금을 더 많이 거둬 들이라고 권장하고 싶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세금만큼 확실한 출구전략이 어디에 있나? 다만 전반적인 소비부진을 불러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하, 즉 중산층 수준의 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겐 증세의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뭐 강남에 30~40평 아파트에 중형이상의 자가용을 굴리고 금융자산이 몇억쯤 되는 이들도 중산층이라고 주장하는 딴나라당이나 행정정치 관료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증세정책도 아무 의미없을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