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과 증시
장안동과 증시
장안동, 별다른 특색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 동네가 세간의 관심사가 되었던 이유는 성매매업소때문이었고 그 업소들을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는 방침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조치에 찬성하는 동안에도 자칭 현실론자들(주1)은 코웃음을 쳤었더랬다. 이유는 이른바 '풍선론', '두더지잡기 놀이'였다. 이들의 기본 마인드는 일단 성매매는 무슨 짓을 해도 근절되지 않을 것이며 한 곳에서 단속을 가하면 다른 곳에서 고개를 내밀 것이란 것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그 비슷하게 돌아갔다. 물론 이건 그저 현상만 놓고 볼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장안동 성매매업소 단속과 증시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정확히 말하면 증시에게만 관련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총통화량과 관련된 이야기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문제, 그리고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장벽이 없어진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어 다니는 통화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말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경제위기를 넘기 위해 각 나라마다 재정적자를 감수해 가며 통화량을 늘리고 있거나 혹은 막대한 양의 통화를 이미 늘렸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자금들이 고전 경제학에서 받아쓰기처럼 반복하는 산업 활성화같은 부문으로 흘러들어갔는가 하는 문제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자금은 풀렸으나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진 못 하다. 문제는 그래도 늘어난 통화는 수익을 위해 어딘가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이다.(주2)
이건 마치 장안동 성매매업소 단속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한 군데가 죽으면 다른 곳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의 수익율이 떨어지면 증시를 기웃거리게 되고 어느 나라의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을 흘깃거리는 것이다.
남조선 증시가 1,700선을 돌파했다며 설레발이다. 국내 경기나 세계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니 유럽은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때문에 여전히 긴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통화량 증가 정책을 통한 경기회복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채까지 위험하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도 남조선 증시는 1,700을 돌파했으며 몇몇 '대장주'들은 신고점까지 찍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고전경제학의 시각에선 이런 현상을 설명하지 못 한다. 왜냐면 고전경제학에선 투자를 이야기하지 투기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투기다. 시장상황을 주도할만한 합당한 근거가 없더라도 돈발로 후려쳐서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는 있다. 그리고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이미 증명된 것처럼 일 국가의 경제시스템정도는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남조선 주식의 새 전기가 열렸다고 자칭 주식 애널 서커들이 떠든다. 그리고 개미들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설레발이다. 뭐 투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선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결국 이런 투기의 순환은 거품사회로 이끌어 간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주1)
자칭 '현실론자'들, 특히 남조선의 현실론자들의 이야기는 사실 들으나마나한 이야기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몇 개의 빈약한 근거를 통해 현상만을 이야기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현상이 벌어지는 이면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는 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주2)
고전 경제학자들은 이 대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금융이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고전 경제학자들의 주장이지만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선 자본주의 체제는 굳이 산업 부문이 아니어도 수익만 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선 수익을 위해 몰려 다니는 자금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것조차도 금기시되고 있다. 한미 FTA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