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바르샤를 바라보는 어떤 시각

The Skeptic 2010. 4. 23. 01:12

나는 야빠지 축빠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샤를 좋아하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으로 바르샤의 경기를 찾아보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여느 축빠들처럼 바르샤의 경기를 '아름다운 패스경기'라고 생각하는 편도 아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고 그저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축구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보다는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바르샤 유니폼에 선명하게 새겨진 'Unicef' 란 글자가 더욱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일반인들은 실감하기도 힘든 돈이 뭉텅이로 굴러 다니는 유럽의 빅리그와 빅클럽들. 누가 뭐래도 그 힘은 결국 철저히 자본주의적 질서에 의거한 상업성에서 나온다고 봐야한다. 월드컵이 국가주의를 내세운 거대한 축구 마케팅의 일환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거센 상업성의 파고앞에서도 여전히 상업광고를 외면한 채 유니폼에 'Unicef'를 박아넣는 우직함. 그리고 그런 흐름을 공고하게 유지시키는 바르셀로나의 '소시오'제도와 '소시오'들을 존경한다. 

물론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바르샤 클럽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 것아닌 몇몇 권리들을 선심쓰면서 소시오란 공고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업적 마케팅의 일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소시오란 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선의 정치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와 유사하며 인류역사상 아직까지 그 이상가는 제도역시 발명된 적이 없다. 심지어 그 제도를 정치의 근간으로 삼겠노라고 공언한 나라들중 바르샤 클럽만큼 소시오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나라는 과연 몇이나 될까?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제도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국 이것이다. 비록 이상적인 기준엔 못 미칠지언정 적어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견고하게 유지하며 그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 상업적 마케팅에 관한 한 스포츠 분야에선 세계 최고라고 일컬어질만한 축구, 그것도 유럽 축구시장에서 그 한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p.s.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대연합' 대 '민주대연합'의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난 '진보대연합'을 지지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내가 지지한 '진보대연합'은 사실 나의 이상형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반면 현실에선 즉 개별적인 선거상황에선 대부분 '민주대연합'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이게 현실이고 불행히도 그 현실은 내가 지지하는 '진보신당'과 스스로도 언어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인용하는 바 '비판적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의 대중적 지지도가 상당히 낮은 데다 지지층이 겹치는 구석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라면 역시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견고하게 유지하며 그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