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를 바라보는 어떤 시각
나는 야빠지 축빠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샤를 좋아하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으로 바르샤의 경기를 찾아보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여느 축빠들처럼 바르샤의 경기를 '아름다운 패스경기'라고 생각하는 편도 아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고 그저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축구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보다는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바르샤 유니폼에 선명하게 새겨진 'Unicef' 란 글자가 더욱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일반인들은 실감하기도 힘든 돈이 뭉텅이로 굴러 다니는 유럽의 빅리그와 빅클럽들. 누가 뭐래도 그 힘은 결국 철저히 자본주의적 질서에 의거한 상업성에서 나온다고 봐야한다. 월드컵이 국가주의를 내세운 거대한 축구 마케팅의 일환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거센 상업성의 파고앞에서도 여전히 상업광고를 외면한 채 유니폼에 'Unicef'를 박아넣는 우직함. 그리고 그런 흐름을 공고하게 유지시키는 바르셀로나의 '소시오'제도와 '소시오'들을 존경한다.
물론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바르샤 클럽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 것아닌 몇몇 권리들을 선심쓰면서 소시오란 공고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업적 마케팅의 일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소시오란 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선의 정치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와 유사하며 인류역사상 아직까지 그 이상가는 제도역시 발명된 적이 없다. 심지어 그 제도를 정치의 근간으로 삼겠노라고 공언한 나라들중 바르샤 클럽만큼 소시오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나라는 과연 몇이나 될까?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제도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국 이것이다. 비록 이상적인 기준엔 못 미칠지언정 적어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견고하게 유지하며 그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 상업적 마케팅에 관한 한 스포츠 분야에선 세계 최고라고 일컬어질만한 축구, 그것도 유럽 축구시장에서 그 한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p.s.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대연합' 대 '민주대연합'의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난 '진보대연합'을 지지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내가 지지한 '진보대연합'은 사실 나의 이상형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반면 현실에선 즉 개별적인 선거상황에선 대부분 '민주대연합'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이게 현실이고 불행히도 그 현실은 내가 지지하는 '진보신당'과 스스로도 언어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인용하는 바 '비판적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의 대중적 지지도가 상당히 낮은 데다 지지층이 겹치는 구석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라면 역시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견고하게 유지하며 그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