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의 스틸컷
영화 하녀의 스틸 컷을 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스틸 컷을 보는 것은 처음인 듯 싶다. 물론 스틸 컷이라곤 해도 영화상의 한 컷을 그대로 보여준다기 보다는 다분히 대중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가공된 것 혹은 선택된 것이란 점에서 보자면 스틸 컷 역시 홍보용 포스터와 그리 다를 바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스틸 컷을 보니 다분히 탐미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한 듯 싶다. 사실 난 원작 영화 '하녀'를 봤다. 학생이던 시절에 영상자료원에서 무슨 행사를 했는데 그 때 본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오래된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었겠는가. 그저 오래된 한국 영화이고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영화라길래 그저 졸지 않고 본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당연히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약간 꺼림찍했었던 기억이 난다. 불쾌할 정도는 아니고. 사실 김기영 감독의 영화치고 안 그런 건 하나도 없을 거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니 다시 본다고 해도 도대체 왜 그런 영화들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영화다운 영화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TV드라마같은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가는 건 아니니까. 결국 영화란 공상과학+스펙타클이거나 난해하기 그지없는 영화이거나 이 둘이 가장 영화다운 영화일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영화들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공상과학+스펙타클은 대중영화의 극단이고 난해한 영화는 예술영화의 극단이란 의미다. 그 사이엔 또 수많은 종류의 영화들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스틸 컷을 보면서 거의 반사적으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 '연인'이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떤 이는 영화 '색계'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글쎄? 난 왜 그 영화가 연상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영화가 그토록 탐미적으로 그려졌던가? 난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그냥 3류 소프트 핑크 영화정도. 노파심이'겠'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원작 영화도 그런 부분이 그려지긴 하지만 탐미적인 분위기의 에로티시즘을 중심에 놓은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스틸 컷으로 본 영화 '하녀'는 한때 유행했던 동양적 에로티시즘을 다시 한번 끌어들이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단지 서양인들에게 '신선하게 보인다'라고 동양인들이 믿는, 그러나 이미 서양인들의 눈엔 정형화되어버려 친숙하기까지 한 오리엔탈리즘적 시각, 뒤집어 말하면 대중적 시각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은 의심도 들기 때문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칸에 가서 대망신을 당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뭐 점잖으신 분들이 모이는 자리니 그렇게 대놓고 망신을 주진 않겠지만 알다시피 글로 밥벌이하는 평론가들은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는 이들도 많다. 특히 유럽이고 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