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전교조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The Skeptic 2010. 5. 23. 15:58

전교조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난 전교조 세대가 아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전교조 선생님들과 비슷한 연배인 것도 아닌 참 애매한 위치다. 게다가 전교조 설립 이후에 학교를 다녔다고 하더라도 남조선의 지정학적 계층적 위치상 전교조 선생님을 접했을 확률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전교조를 지지한다. 지금이야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 입장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전교조가 설립되자 마자 난 지지의사를 표명했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내가 고등학생이던 겪었던 어떤 사건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엔 국민윤리 선생님이 계셨다. 그 선생님이 어느 날 수업시간에 뜬 금없이 일본제국주의 강점기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시더니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덧붙이셨더랬다. 

 

"우리도 일본이랑 똑같이 일본을 점령하고 일본 남자들을 데려다 강제노역시키고 여자들은 잡아다 정신대로 보내자!"

 

그런데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그 선생의 말에 반 학동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더라는 것이다. 뭐 그럴 수 있다. 이제 갓 고삐리가 된 아해들이 '악마를 이기기 위해 악마가 된다'는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을 알리가 없으니까. 문제는 그 선생이다. 그 나이먹고 하물며 국민윤리 선생쯤 되는 사람이 수업시간에 그것도 사리분별 안 되는 고삐리들에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난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또렷이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내가 알게 된 사실은 교총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라고 쓰고 극우라 읽는다)교육단체라는 곳은 충분히 그런 발언을 하고도 남을 조직이며 그 곳에 소속된 선생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도대체가 전교조와 전교조 선생님을 지지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 남조선의 상황인 것이다. 

 

다행이라면 난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다. 교총같은 극우단체 소속 선생들이 '우리모두 일치단결하여 일본제국주의를 본받아 제국주의 국가를 건설하자!', 즉 '지도자 동지의 영도아래 전군 현대화로 강성대국 건설하자!'는 북조선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구호를 외치는 교실에서  내 아이가 별 생각없이 선생님이 그러니 그런 가 보다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다행? 

 

 

p.s.

교총 소속 선생님이라고 다 그런 아니다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는 안 했으면 싶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문제는 교총 소속인 것과 전교조 소속인 것중 어느 쪽이 더 극우 꼴통일 확률이 높을까하는 것이다. 뭐 그러나 저러나 애들 성적만 좋으면 장땡이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야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공교육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하곤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