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교장, 전교조 그리고 교육감
두 종류의 범죄가 있다. 하나는 공리적인 일을 수행하기 위한 대표로 선출 혹은 임명되어 다수의 권한을 위임받은(민주주의 국가니 당연히) 자가 그 위임받은 권한을 원래 목적인 공리적인 일을 수행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위력으로 사용함으로서 발생한 범법행위다. 다른 하나는 어떤 개인이 자신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를 국가나 집단으로부터 부당하게 제약당하고 있다고 여겨서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를 잃은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저지른 범법행위다. 이 두 범법행위는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사람들은 아주 단순하게 범법행위와 범죄자는 다 똑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다르다. 특히 위에 열거한 두 가지 범법행위는 그 성격상 완벽하게 다르며 후자의 경우는 형식적인 면에서 범법행위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범법행위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세계일보라는 신문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통일교에서 내는 신문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또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통일교는 사실 종교적 이슈보다는 '반공주의'라는 정치적인 이슈를 통해 성장한 기독교 교파다. 지금은 그 색깔을 완전히 감추고 있지만 속내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런 배경을 가진 세계일보에 이런 기사가 떴다. "떨고 있는 비리교장. 전교조는 안도" 내용은 뻔하다. 진보적인 교육감이 들어섰으니 같은 부류라 할 전교조는 안도할 것이란 의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둘을 마치 똑같은 범죄자인 양 취급하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위의 기사 내용을 뒤집어 보자. 만약 보수적인 인사가 교육감이 되었다고 치면. "떨고 있는 전교조. 안도하는 비리교장" 이런 기사가 나와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교육감이 어떤 사람인가와 상관없이 비리교사와 교원의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전교조의 행위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굳이 이걸 무리하게 엮어내려는 의도는 뭘까? 두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하나, '아무 생각없다' 둘, '어거지로라도 엮어서 전교조와 진보교육감의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 어느 경우든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지만 후자인 경우라면 아주 고약한 정치적 마타도어다. 죄박이가 재래시장가서 어묵 처묵는 것만큼이나 속보이고 짜증나는 쑈다. 문제라면 이런 게 잘 먹힌다는 거 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