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이야기'
'화폐 이야기'
앞서 자본주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난 돈 이야기 하나.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져 보자.
"너는 돈을 왜 버니?"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쓰려고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앞서 말한 것처럼 적어도 70~80년대 고도 성장기(라고 쓰고 부동산 투기로 만들어낸 거품이 태반인 경제라고 읽는다) 시절에 경제활동을 한 이들에겐 소비보다는 저축, 축적의 개념이 더 강하다. 그리고 뒤이은 세대, 흔히 386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세대들에게도 축적과 소비의 가치는 거의 반반정도로 혼재해 있다. 최초로 축적보다 소비가 더 앞선 개념이 된 세대는 그 이후의 세대들이다. 재미있는 건 말만 세대지 실제론 약 50년에서 60년 정도의 시간대 안에 이들이 혼재한다는 사실이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 이어지는, 말하자면 같은 밥상머리에서 함께 밥먹는 한 가족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는 의미고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변화가 얼마나 정신없게 빠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면 과연 돈을 왜 버는 걸까? 답은 단순하다. '쓰려고'다. 돈을 벌어서 쓰지 않을 것이라면 돈을 벌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화폐엔 여러 가지 성격이 있고 다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일반적인 경우 가장 눈에 잘 띄는 행위는 결국 소비, 교환 행위고 이는 화폐의 '사용가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선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심지어 초등학교부터 스펙 쌓기는 시작된다. 있는 집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초등학교를 갈 수 있다면 남들보다 상당히 먹고 들어가는 거다. 이런 식의 스펙쌓기는 계속되지만 결과적으로 목적은 하나다. 남들보다 더 높은 연봉. 그런데 과연 그 연봉을 받아서 무엇에 쓸 생각들인가? 무엇을 사고 싶어서 혹은 무엇을 하고 싶길래 그렇게 많은 돈을 원하는 것인가? '아! 없어서 못 쓰지. 있으면 못 쓰겠는가' 라고 대부분은 대답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에 쓸 것인지는 누구도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가 많은 연봉, 필요성과는 별 상관없는 많은 돈을 바라는 것은 그저 불안해서라고. 가난해지는 것이 견디기 힘든 불행이자 비극이기 때문에 그 불안을 해소시킬 목적으로 우린 돈을 쌓아놓길 바라는 것이라고. 다만 문제는 그것이 불안을 해소시켜주지 못할 것이란 것이다. 왜냐고?
"가난해지는 것이 견디기 힘든 불행이자 비극"인 한은 불안은 결코 해소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돈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지만 가난은 구조적인 문제기 때문이다.
p.s.
문제라면 역시 가난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 낭비, 게으름으로 파악하는 이들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자꾸만 거론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도 이재오의 이번 망언에 숨겨진 사상적 배경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