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개드립 pt.1.

The Skeptic 2010. 8. 21. 02:41

개드립 pt.1. 

 

옛날에 그러니까 내가 학상이던 시절에 정식 명칭 민중가요, 세칭 운동권 노래들 중에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노래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

 

민중 가요, 운동권 노래라는 게 정치적인 프로파간다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가사라는 게 말하자면 일종의 시다 보니 의미를 담기 위해 거두절미하고 요점만 담기는 경우들이 많다. 게다가 당시에 난 어리고 어리석은 학상이었다. 이 두 가지 이유때문에 개인적으로 저 노래를 참 싫어했다. 영화 '올드보이'의 처음 장면에 등장하는 오광록의 평범하면서도 가장 강렬하고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바로 그 대사.

 

"내가요...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도요.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에 의거하자면 일하지 않더라도 먹어야 하고 자본가라고 해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죽으니까. 물론 앞서 말한 이유들도 있고 당시만 해도 대재벌에선 어떤 비리나 경제적 범죄(주1)를 저질러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으니 표현이 조금 더 강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난 영화 올드보이 속 오광록의 저 대사에 이성적으로 찬성하는 바다. 감정적으로 따지면 안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경우에 사실 감정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다. 말만 서민운운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조차 없는 자랑스러운 남조선의 대통령 죄박이가 '잘거 다 자고 무슨 창업이냐?'라는 개드립을 쳤다기에 해보는 말이다. 나잇살 깨나 처먹고도 사람살이를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는 아가야. 사람들이 세상을 사는 이유는 편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어서이지 먹고 살기 위해 개고생하기 위해서가 아니란다. 그리고 니가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는 동안엔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란다. 알겠니? 꼴통아. 

 

 

주1) 

사람이 죽어 나가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 범죄의 여파는 연쇄살인범보다 더 악독한 범죄다. 왜나면 그들의 범죄는 모든 범죄의 주요한 구조적 원인중 하나인 가난과 궁핍함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