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등이 논란
꼽등이 논란
사실 난 언론에서 알려주기 전까진 꼽등이란 '명칭'을 알지 못했다. 내가 그 벌레에 대해 아는 거라곤 방울벌레와 비슷한 시기즈음에 태어나서 비슷한 시기에 사라진다는 것과 방울벌레와 달리 별로 울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와 유사한 생김새의 벌레들이 주로 긴 뒷다리를 이용해 튀어 다니는데 반해 야는 어지간하면 느릿느릿 걸어 다닌다는 것, 그리고 한번 발생하면 오질나게 그 숫자가 많다는 것, 그리고 어두운 곳과 축축한 곳에 주로 출몰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름도 몰랐던 야를 이토록 잘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초딩 시절 작은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그 시절 단독주택의 특징이라면 다락방과 지하실이다. 주로 부엌에서 연결된 지하실들이었는데 해마다 여름철이면 지하실 벽부터 천장까지 이 놈들 투성이였다. 숫자가 하도 많아서 징그럽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는 인간에게 그리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일전에 언론에서 꼽등이를 보도한 이후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어느 아파트 촌에 꼽등이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보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난 이게 왜 뉴스거리가 되는지 의아했다. 원래 꼽등이는 그렇게 발생하는 벌레인데 말이다. 그리곤 잊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만난 후배 하나가 자기 집 지하실에 꼽등이가 생겼다며 난리를 떠는게 아닌가. 그래서 말해줬다.
'네가 관심을 안 갖고 있어서 그렇지. 꼽등이는 매년 이맘때면 너희 집 지하실에서 살았던 존재다. 그리고 꼽등이는 너에게 별로 해가 가지도 않으며 이 시기만 지나면 그냥 자연적으로 사라지는존재다. 괜한 호들갑떨지 말라'고.
언론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도시문명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지식체계의 허상이라고 해야 할까? 다행히 오늘 모 방송국에서 꼽등이가 그리 해로운 벌레가 아니라고 다시 보도를 했다. 그런데도 웬지 난 떨떠름하다. 인간이 그동안 발전시켜온 과학 문명의 헛점을 본 것 같아서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존재한다. 재미있는 건 그 박테리아는 일상생활에서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병원, 그것도 위생과 소독에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수술환자들에게 감염된다. 수술환자들의 면역체계가 가장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병원이야말로 모든 항생제들의 집합소이고 그 항생제들에 면역성이 생긴 박테리아가 존재할 확률도 가장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