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드라마들
자의로 TV를 안 본 지가 꽤 된 것 같다. 물론 불가피하게 보게 되는 경우는 있다. 주로 명절같은 연휴기간인데 아무래도 이리저리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남의 집에 놀러도 가게 되고 사람들 모여서 이것저것 하다 할 것없으면 TV를 보게 되지 않나? 그래서 간혹 보게 된다. 처음에 안 보기로 마음먹었을 땐 그게 그렇게 마음처럼 될까 싶었는데 그냥 어찌어찌 안 보다보니 이젠 안 봐도 별로 궁금치도 않다. 스포츠 경기 빼고. 그러다 올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친구 집에 후배들이랑 모인다고 해서 갔다가 TV를 봤다. 그 사이 TV는 참 많이도 달라져서 난 도저히 뭘 선택할 수가 없길래 그냥 남들 보는 것 같이 봤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드라마를 몇 개 봤다. 그런데 그 느낌이란 게 안 보길 잘 했다는 거다. 김탁구... 솔직히 말해서 내가 중고딩이던 시절 한창 유행했던 박봉성 만화가의 성공기업 시리즈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박봉성이란 이름을 알고 대본소에서 라면먹어가며 만화책 좀 파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게다. 게다가 작가가 어떤 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쓰면서 대사들이 너무 '흔하다'는 느낌이 안 들었을까? 여기서 '흔하다'는 건 '일상적이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TV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들'을 '너무 자주 사용했다'는 의미다. 구미호... 후배들이 '신민아 때문에 본다'라고 말하더라. '딱' 그 의미밖엔 없다. 게다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약점, 이승기. 가수 출신이다. 노래가 주된 직업이란 의미다. 몸연기가 어색한 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줄 수 있다. 그런데 가수 출신이 발성이 이상하다는 건 대관절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연기 발성법과 노래 발성법이 똑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발성의 기본 목적중의 하나가 대사나 가사의 정확한 전달일진데 이건 좀 너무했다. 그런데 또 다른 드라마를 보면 그나마 이승기는 양반이다. 이승기야 본업이 그게 아니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김탁구나 다른 드라마에 나오는 이들은 어차피 직업이 배우 아닌가? 그런데도 이승기 수준의 아니 그보다 못한 발성을 한다는 건 문제가 심각한 거 아닐까? TV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남자 배우들 분발해야 할 거다. 지금 하는 드라마가 잘 되는 게 자기가 잘 해서 그런 건 줄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김수현 작가와 그의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오늘 드라마 몇 편을 보고 나니 '그래도 김수현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김수현 작가가 만들어 놓은 한계를 뛰어넘는 작가가 안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p.s. 발성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름. 양/동/근 가수로나 배우로나 이단아에 속하는 그 이름. 양/동/근 부실한 발성과 부정확한 발음을 스타일로 승화시킨 양/동/근 p.s.2. 양동근이라고 쓰고 나니 오광록도 떠오른다. 뭐 정히 발성이 안 되거든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확한 발성을 구사하도록 노력하는 게 더 쉽긴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