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삼성, 세습
김정은, 삼성, 세습 북한의 통치방식과 관련된 문제는 늘 논란거리다. 사실 개인적으론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 북한의 세습 통치체제가 한반도 질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며 특출한 변수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한내의 정치적, 이념적 싸움에서만 중요하게 다루어질 뿐이다. 문제는 나같은 사람 입장에선 굳이 그런 별 실효성도 없는 문제가지고 서로 삿대질해가며 싸우지 않아도 어떤 넘이 어떤 넘인지 잘 알기 때문에 전혀 흥미롭지 않다. 그런데 내가 가끔 구경가는 어느 곳에서 북한의 권력 세습과 삼성의 경영권 세습 문제로 논쟁이 붙었다. '북한의 권력 세습은 욕하는 이들이 왜 삼성의 경영권 세습에 대해선 침묵하느냐?'는 당연한 말에 '그럼 삼성의 경영권 세습 문제를 비판하면 너도 북한의 권력 세습을 비판하겠느냐?'는 이상한 말꼬리 잡기가 이어지더니 '북한이나 삼성이나 세습 체제는 안 좋은 거다'라는 별 근거도 없이 화해무드를 조성하는 이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삼성의 경영권 세습과 북한의 권력 세습은 같은 범주로 파악해도 괜찮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권력 세습은 그들의 통치체제다. 실상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일례로 중동의 많은 국가들이 왕권국가다. 심지어 일본이나 영국처럼 실권이 없는 게 아니라 실질적 통치권한까지 왕족들간의 서열에 의해 세습된다. 심지어 UAE로 알려진 아랍에미리트는 지역 토호세력들간의 연합국가다. 말하자면 초기 고구려의 국가체제와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중동 국가들에 대해서 '권력을 세습한다'는 이유로 비난하나? 아니 안 그런다. 외려 오일달러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볼까 하고 알랑방귀뀌느라 정신없다. 반면 중동 국가로 분류되면서도 주로 남한의 극우 파시스트들에 의해 비난받는 국가들이 있다. 리비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같은 국가들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들 중 상당 수의 국가에선 권력이 세습되지 않고 형식적으로나마 국민들에 의해 뽑히는 선출직이다. 그런데 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한때 적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우리 나라 국민들의 시각도 많이 넓어져서 단순히 그런 이유로 다른 국가를 비난하진 않는다. 단지 세상물정모르는 공원 늙은이들이 아직도 무작정 비난할 뿐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를 그 자체만 가지고 비난하는 건 별로 현명한 짓이 못 된다. 권력을 세습받은 이가 미국의 아들 부시같은 전쟁광 싸이코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떨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국가의 통치체제란 특정 국가의 최상위 법에 의해 최소한 해당 국가안에서만큼은 합법적인 지위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삼성의 경영권 세습이란 건 그냥 불법, 좋게 봐주면 탈세 그것도 어마어마한 액수의 탈세를 수반한 탈법적인 행위, 아주 좋게 봐주면 어마어마한 액수의 탈세를 수반한 편법행위정도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이 서로 다른 문제를 마치 같은 문제인 양 취급한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