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중들의 김연아 가면
일본 관중들의 김연아 가면
한일 친선 축구경기가 열린 상암 월드컴 경기장에 일본 축구팬들이 김연아 얼굴로 만든 붉은 악마 가면을 쓰고 나타나 화제다. 사실 난 일본이나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 그리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게 딱히 정치적인 이유나 혹은 역사적인 이유때문만도 아니다. 워낙 가까운 나라고 지금도 수많은 인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일본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조차도 꽤 많은 정보를 얻어 듣는데 그 정보들에 의거해 볼때 일본이란 나라와 국민들의 대체적인 분위기와 성향에 대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몇 가지 좋아하는 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거다. 상호 적대적인 국가건 말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좋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호조차 정치같은 이른바 거대담론에 의해 재단당하는 건 아무래도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니까. 마치 우리 나라 사람이 아사다 마오의 피겨 스케이팅이 좋다거나 아사다 마오가 좋다고 하면 무슨 친일파쯤으로 매도당하는 건 분명 부당한 일이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보다는 덜 심각한 수준이니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본의 축구 팬들이 김연아를 좋아해서 그런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TV 카메라에 잡히고 싶다는 소소한 욕망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뭐가 문제이겠는가? 그런데도 그 사진이 보도된 곳마다 온갖 악플들이 달리고 있다.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한일 친선 축구경기가 일본에서 열리고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원정응원을 갔는데 아사다 마오 가면을 만들어 쓰고 갔다 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본 쪽 반응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 나라에선 엄청난 악플들이 달릴 거다. 심지어 얼굴이 노출된 일부 관중들에 대해선 개인 신상정보까지 모두 공개되고 한동안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며 몇몇 생각없는 일간지 사설에선 민족감정이란 얼토당도않은 명분으로 그들을 매도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그 관중들이 아사다 마오를 좋아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받아 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걸 또 한번 뒤집어 보자. 일본 축구 팬들이 김연아를 모욕할 마음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벌였을까? 내가 보기엔 TV중계 카메라에 잡혀보고 싶어서 이거나 아니면 김연아를 좋아해서, 둘중의 하나다. 전자라면 아무 문제도 아니고 후자라면 '기특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들 것같다.
내 경우엔 그냥 참 재미있는 퍼포먼스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