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코리안 시리즈 총평

The Skeptic 2010. 10. 20. 00:43

코리안 시리즈 총평

 

4차전 역시 2차전, 3차전의 복사판. 당연히 이래선 와이번스를 이길 수가 없다. 첫 경기를 제외한 나머제 세 경기가 시즌중에 볼 수 있었던 와이번스의 이기는 경기 흐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 게다가 무엇보다도 이번 시리즈에서 라이온즈는 전혀 자기 색깔이 없었다. 누가 이번 시리즈의 승패 원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이걸 꼽을 것이다. 

 

야구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중요한 건 '흐름'이다. 경기의 흐름을 어떻게 우리 팀의 것으로 가져 오는가? 유리하면 유리한 대로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의 경기 흐름에 끌려 다니기 시작하면 이길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라이온즈는 전혀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 했다. 

 

플레이 오프 경기 당시 라이온즈가 보여준 모습을 상기해 보자. 대부분의 경기가 박진감이 넘쳤지만 가장 특기할만한 것은 라이온즈가 베어스를 압박했다는 점이다. 몇 점 차이로 지고 있더라도 한 점 한 점 야금야금 쫗아가며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이기고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쫗기기 시작한 베어스는 작은 실수들로 무너져 내렸다. 

 

코리안 시리즈의 라이온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플레이 오프 당시만 해도 와이번스 식의 스몰볼(사실 이런 구분법이 그리 정확치는 않다고 보지만)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코리안 시리즈 1차전에서 전혀 재미를 보지 못 했다. 그리고 2,3차전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다 패했다. 마지막 4차전에선 다름 모습을 보이려고 했지만 이미 2, 3차전의 실패로 인해 주눅이 든 선수들에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단기전 승부다.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빨리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정석이다.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수비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고, 이를 테면 수비와 투수리드가 좋은 베테랑 포수인 진갑용보다는 타격이 좋은 현재윤을 그리고 강봉규를 붙박이 선발로 기용하든지,  타격에서 믿을만한 선수들에겐 번트같은 작전을 걸지 말고, 1,2 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해서 실패가 많았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주문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데 라이온즈의 벤치는 너무나 뒤늦게 선수들의 사기가 다 꺾인 이후에 변화를 추구했다. 물론 주전 선수들중 핵심이라 할 채태인과 권혁의 부상과 부진때문에 변화를 줄 여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다 지는 경기는 라이온즈가 가지고 있는 선수층과 다양한 옵션들을 볼때 너무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결국 2010년 가을 잔치의 마지막인 코리안 시리즈의 승패를 가름한 결정적인 요소는 라이온즈 벤치의 무기력한 대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