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소셜 네트워크와 대면 관계

The Skeptic 2010. 11. 9. 02:07

소셜 네트워크와 대면 관계

 

사람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약간 견해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있다. 나같은 경우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다 같은 인간관계의 한 방법이며 다만 그 작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관계를 형성하긴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예전부터 인간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매우 다양했다. 단지 예전 방식과 온라인의 다른 점은 전 사회와 전 계층을 아우를 정도로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도다. 

 

그러나 결국 본질적인 면에선 예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엣날에 '펜팔'이라는 게 있었다. 주로 외국의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편지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한때 유행이었는데 이 관계의 특징이라면 아무리 친해져봐야 '사진'정도가 오고가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걔중엔 좀 더 성공적인 관계를 이룬 경우들도 있지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거의 절대다수의 경우는 그냥 편지나 오고가다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관계는 분명 얼굴을 마주하고 보는 인간관계와 다르다. 그러나 이것 역시도 인간관계이기는 마찬가지다. 

 

온라인도 그와 같다. 단지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사뭇 다를 뿐이다. 대개의 경우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익명성' 때문이다. '익명성'이란 뒤에 숨어서 말을 함부로 하거나 혹은 자신의 실체와 다른 자아를 만들어낸다는 식이다. 이런 관계가 대면관계로 이어졌을때 대부분의 결말은 속임수라고 평가받게 마련이고 매우 부정적인 현상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 모르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도 있나?"

 

라는 게 내 의구심이다. 인터넷 초창기라면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다. 인터넷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절부터 함께 해온 사이인지라 초창기의 다 같이 어리숙했던 시절은 꽤나 재미있는 추억이긴 하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이 본격화되고 누구나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대중화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대중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대중화된 정보가 널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석할 능력이 없다면 여전히 인터넷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일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는 삽을 들고 누구는 호미를 들고 한다. 이 둘의 작업방식이 같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 작업방식이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다를 것이다. 그런 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장 큰 차이라면 복합적인 인간성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가(오프라인) 아니면 일면적인 면이 강조되는가(온라인)의 차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선 이런 일면성을 스스로 조작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런 짓을 해봐야 남는 것은 현실의 자아와 온라인 상의 자아간의 괴리감이고 이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박탈감도 커질 것이고 정신건강에 그리 이롭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그런 것 모르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