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저렴하면 다 좋은 걸까?
가격이 저렴하면 다 좋은 걸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좋은 일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이른바 골목상권 품목을 취급하면서 내세우는 논리가 그거다.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그러나 그게 좋은 일이기만 할까? 가격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원가에 가공비 그리고 노임이 추가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때문에 이른바 '적정가격'이란 것이 존재한다. 물론 딱 얼마라고 책정되는 것은 아니고 얼추 비슷한 범주안에서 형성되게 마련이지만. 그 '적정 가격'안에는 최종 판매자와 공급자의 이익분이란 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익분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가족의 미래 설계가 가능한 수준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익분이 상쇄되는 지점이 어떤 측면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어느 지역에 같은 업종의 업체들이 갑자기 늘어나서 가격경쟁이 붙는 경우엔 정상적인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분이란 것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다들 그 부분을 희생해가며 단지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다.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의 부정적인 측면이고 반면 기술개발과 같은 이유로 제조단가가 내려가는 경우라면 생산과 유통과정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이익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건 긍정저인 측면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피자와 치킨의 경우엔 어떨까? 그들에게 피자와 치킨을 제조해내는 특별한 기술이라도 있어서 가격을 내리거나 혹은 비슷한 가격에 더 많은 양을 공급할수 있을까? 만약 그런 이유라면 대기업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했을 텐데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걸로 봐선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측면은 어떤 것일까? 가장 흔한 방법은 결국 하청 혹은 협력업체들에게 공급단가를 낮추도록 요구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대형 유통망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유통 대기업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규모가 작을수록 더더욱. 그 외에도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결국 누군가의 이익분을 삭감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유통 대기업의 피자와 치킨 역시 그런 측면일까? 공급업자에게 납품단가를 낮게 책정해 달라는 부분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사실 설명이 불가능하거나 쉽지 않다.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는 부분은 유통 대기업이 피자와 치킨사업을 시도하기 좋은 메리트가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업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해온 유통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과 이미 매장이 존재하기에 새로운 매장 건설 혹은 임대와 같은 규모가 큰 추가 투자가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익히 알려진 것처럼 피자와 치킨은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간식거리가 된지 오래다. 시장의 크기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결국 별도의 큰 추가 투자없이 그리고 시장조사와 같은 사전조사도 불필요할 정도로 위험성조차 없는 사업. 유통 대기업의 입장에선 땅짚고 헤엄칠 수 있는 건데 이걸 마다할 리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SSM사업처럼 유통 대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골목상권, 많은 소규모 점포들과 그 점포로 생계와 생활을 유지하는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상도의에서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이런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한미 FTA협정 당시 본 협상이전에 미국이 요구한 선결과제인 스크린 쿼터를 폐지해 달라는 요구와 관련된 토론장에서 김종훈 협상단장이란 인간이 한 말을 상기해보라. "할리우드보다 좋은 영화 만들면 되잖아요?" 이게 남조선 행정각료들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철저한 승자독식> 반면 승자를 가리기 위한 경쟁의 공정성이란 측면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상도의가 아니라 법을 어겨도 무사통과다. 이런 구조에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당장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같은 건 없다. 그 가장 큰 근거는 죄박이의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아있다는 거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켜줬으면 한다는 거다. 난 갸들이 어느 순간 피자와 치킨을 배달하고 술까지 팔겠다고 들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