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은 중요하지만 그래봐야 기본일 뿐이다.

뜬 금없이 해보는 아파트 이야기

 

세상이 여러 가지 일로 하수상한데 뜬 금없이 아파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연말이라고 오랜만에 만난 어느 모질이 선배가 그동안 조중동만 처읽고 살았는지 주택가격을둘러싼 헛소리를 늘어 놓길래 대판 붙은 탓이다. 어지간하면 안 붙는데 학상 시절 나름 데모쟁이였던 인사가 그런 소리를 늘어 놓으니 열불이 터지더라. 

 

그의 주장은 이거다. 주택 시장 거품은 노무현 정권 시절 시작되었고 그 원인은 공급엔 신경쓰지 않고 세금으로 규제만 하려 들었기 때문이란 거다. 그런데 집가진 자들은 그 세금분을 주택 가격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는 거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현 죄박이 정권이 아파트 공급을 계속 늘리는 걸 보면 적어도 주택가격 거품을 상쇄시키기 위한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거다. 

 

세상사 다 그렇지만 경제 역시 흐름이고 순환이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내리면 공급을 줄인다라는 건 기본이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면 상품마다 다르다라는 걸 배운다. 일반적인 소비재의 경우엔 수요공급의 법칙이 그럭저럭 맞아 떨어진다. 특히 공급과 소비의 순환주기가 짧은 상품일수록 그렇다. 반면 공급과 소비의 순환주기가 긴 상품은 이런 수요 공급의 법칙이 잘 안 맞는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가격이 폭등하길래 아파트 공급을 늘렸는데 늘리고 보니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늘어난 공급량은 오히려 가격 하락폭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단순한 가격하락이 폭락이 되고 폭락은 금융시장까지 교란시킬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도 미친듯이 주택 공급을 주장하는 이들은 외려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본격적인 가격하락 국면을 가격 폭락과 금융시스템과 가계경제 붕괴라는 최악의 정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인사들이다. 혹자는 전세시장 대란을 이유로 공급 확대를 주장하지만 그 문제를 민간 아파트 공급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건 그저 주택공급을 늘리라는 주문과 다를 바가 없다. 우스운 게 영구임대아파트란 좋은 제도가 이미 존재하는 데 왜 그런 무리수를 두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내가 그들을 투기조장세력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 개인적으로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서도 그리 좋게 보는 편이 아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은 그의 경제정책, 특히 고용과 관련된 부분에서 그를 비난했단 사람(나 역시)이라 할지라도 거시 경제 지표상으로 볼때 흔들림없는 호황기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 전체가 호황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른바 버블 세븐으로 불리는 지역과 당시 서울시장질하던 죄박이의 뉴타운 사업이다. 

 

죄박이의 뉴타운 사업이 겉으론 '주거환경 개선'을 내세웠지만 원주민들의 입주율이 형편없다는 것을 보면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불러 일으킨 투기적인 요소가 강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버블 세븐의 경우엔 주거 안정이란 측면보다는 교육, 문화같은 경제외적 요소들을 빙자한 과잉수요에 기인한 것이라는 건 이미 정설이다. 예전부터 과잉수요가 존재하는 지역들과 투기를 조장하는 토목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 견조한 수준의 경제호황이 맞물리면 그 결과는 당연히 주택 가격 상승과 거품이다.

 

문제는 그 원인이 노무현 정권 탓이냐는 거다. 주택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불황을 조장해야 했었나? 아니면 지방자치 단체장의 결정을 막아야 했을까? 나라면 후자는 했을 거다. 왜? 난 독재자 스타일이니까.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정책을 실시한다. 난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정책에 대해 적극 동조한다. 차후에 벌어질 주택 가격 변동 상황을 고려한다면 수요나 공급에 기대기 보다는 소유구조의 개편이 훨씬 덜 위험하니까. 게다가 지금처럼 주택 가격 자체가 시한폭탄처럼 되어 버린 상황에선 더욱 위험하다. 

 

경제가 중딩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수요 공급의 법칙'만으로 굴러간다고 믿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건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천년만년 누리기 위한 것들의 술수에 불과하다. 경제가 그렇게 단순하다면 왜 대한민국과 세계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겠으며 빈부격차같은 게 왜 생기겠는가? 

 

기본은 중요하지만 그래봐야 기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