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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예능 - 청춘불패

The Skeptic 2010. 12. 29. 03:47

리얼 예능

 

'청춘불패'란 프로를 봤다. 리얼예능이란 게 무얼까?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일상을 예능화'하는 거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리얼예능도 구분이 가능해진다. 일회성의 미션이 주어지는 프로가 있다. '무한도전'이 그렇다. 두번째는 일회성이 아닌 좀 더 크고 무거운 미션이 주어지는 경우다. '천하무적 야구단'과 '우리 결혼했어요'같은 경우다. 그리고 이 두 분류사이에 '1박 2일'과 '청춘불패'가 존재한다. 반복적인 일상과 일회성의 미션이 공존하는 경우다. 그리고 빈도상으로 보면 세번째 경우가 가장 흔하다. 지금은 막을 내린 '패밀리가 떴다' 역시 그런 쪽이었고 '런닝맨' 역시 비슷한 경우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이른바 리얼예능이란 구도에 더 적합할까? 난 '천하무적 야구단'을 들겠다. 일상이란 건 원래 지루하고 고단하며 심지어 그게 반복되기까지 한다. 얼핏 일상과 예능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상도 예능이 된다. 그건 바로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유머감각과 만나는 순간 벌어지는 마법같은 일이고 그런 순간을 담아내는 리얼예능 프로그램은 친근하다. 리얼예능이 말장난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다. 

 

그렇다면 잘 만든 리얼예능과 그렇지 못한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 역시도 리얼예능의 정의속에 그 답이 있다. 일상이 예능화되지만 그 예능이 일상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삐그덕거린다. 가장 오래된 리얼예능 프로인 무한도전에서 그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미션에 집중하면서 순간순간 번뜩이는 유머감각이 조화되는 경우 재미있는 리얼예능이 되지만 미션은 무시하고 그저 방송분량이나 뽑으려고 들면 그다지 재미가 없다. 말하자면 리얼예능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일상이지 예능이 아닌 것이다. 최근에 본 무한도전 프로그램중 달력만들기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리얼예능으로서의 재미는 없었던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청춘불패'란 프로는 조금 색달랐다. 흔히 말하는 전문예능인은 김신영 혼자다. 김태우도 번뜩이는 감은 있지만 아무래도 가수출신이다 보니 굴곡이 심한 편이고 남희석은 순발력이란 면에서 아직 떨어진다. 심지어 촌장으로 등장하는 노주현은 아예 미스 캐스팅이다. 어차피 연기자고 나이도 꽤 있으니 순발력이 강조되는 리얼예능에 비중있는 역할로 넣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렇게 말하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야할 메인 MC들 중 전문적인 능력을 보유한 이는 김신영 혼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승화시키는 이는 김신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있다. 그건 이 프로가 '리얼성장기'란 타이틀로 출발했지만 실제론 이제 갓 예능에 발을 담근 앳된 여자가수들의 '예능 도전기'이자 '예능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방송에서 대놓고 방송분량을 고민하면서도 막상 농사일이나 농촌의 일상을 접하면 예능이란 프로의 성격을 망각한 채 다큐를 찍거나 체험 삶의 현장으로 돌변하기가 일쑤고 그 때문에 김신영은 자주 무리수를 던지기도 하고 망설이는 멤버들을 과감하게 행동하도록 다그치기도 한다. 말하자면 애시당초 예능프로로 기획되었지만 예능과는 하등의 상관도 없는 출연진이 등장, 그것도 고정으로 등장하는 탓에 리얼예능이 아니라 '예능 초짜들의 리얼예능프로그램 적응기'가 주목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풋풋함과 유치함이 재미있는 것이다. 

 

그런데 끝났단다.  

날 잡아서 한번 몰아서 봐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