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진중권/심형래 - 자유주의/전체주의

The Skeptic 2011. 1. 3. 19:08

진중권/심형래 - 자유주의/전체주의

 

얼핏 보기에 이런 대당은 매우 도발적으로 그리고 지나치게 상호적대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게 진실이란 점이다. 진중권의 언사가 매우 무례해 보여도 그가 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고로 진중권이 언급한 이른바 '심빠'들은 전체주의적 발상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도 진실이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언론에서 처음 거론한 것은 왜 그토록 '디워'를 혹평했던 평론가들이 이번엔 조용한가라는 것이었다. 물론 조용한 것은 아니었다. 평론가들은 늘 하던 대로 자기 일들을 했고 '라스트 갓파더'에 대해서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평을 썼다. 그럼에도 '디워'처럼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 첮번째 이유, 바야흐로 방학이다. 초딩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부모님 손잡고 볼 수 있는 좋은 기간이다. 게다가 요즘 초딩을 키우는 부모들은 심형래가 코미디언으로 최고의 상종가를 누리던 시절을 공유한 이들이다. 초딩들과 그 부모들이 코미디언 심형래가 나오는 방학 영화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즉 초딩 하나에 부모 하나나 둘은 딸린 관객층이 형성되는 셈이다. 방학 시즌용 영화들이 완성도나 영화적 성과와는 상관없이 꽤 괜찮은 흥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난 그걸 폄하하고 싶지 않다. 방학용 시즌 영화에게 대관절 얼마나 높은 수준을 바랄 수 있겠는가? '라스트 갓파더'란 영화가 논란이 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 '디워 논란' 당시 참 많은사람들이 착각을 한 지점이 있다. 애시당초 '디워'를 논란거리로 만든 건 진중권도 평론가 진영도 아니었다. 심형래 자신이었다. 그는 디워를 팔아먹기 위해 '애국주의 마케팅'을 벌였고 다분히 군국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치적 편향성을 자극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군국주의도 이용할 수 있다는 도발을 한 셈이다. 

 

물론 심형래가 대한민국의 정치적 지형이나 사상적 편향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중요한 건 그 마케팅이 다분히 의도적이었음을 그 스스로가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드러내었고 아주 당연하게도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이들의 반발을 불러 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디워' 자체의 완성도나 서사구조역시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말하자면 불량제품을 애국심을 가장한 전체주의에 호소함으로서 팔아먹고자 했다는 점이다. 어떤 나라든 이런 시도에 대해 저항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문제다. 그런데 이번 '라스트 갓파더'의 경우 심형래는 그런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만약 심형래가 '디워'당시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지금이라도 논란은 벌어질 것이다. 강조하지만 '디원 논란'의 원인은 '디워'라는 영화도 진중권도 평론가들도 아닌 심형래 그 자신이었다. 

 

두번째, 왜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은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은가라는 것이다. 이건 어느 나라 영화판에서든 아주 좋은 떡밥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이런 떡밥을 즐겨 던지고 사람들이 덥석덥석 무는 이유는 던지는 쪽이나 무는 쪽이나 몰상식하기 때문이다. 평론가들과 일반인들의 기준은 다르다. 즉 평론가들의 평과 흥행은 큰 연관관계가 없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명절 특선영화다. 그 영화들이 완성도가 뛰어나고 서사구조가 탁월하며 배우들의 연기가 흠잡을 데가 없어서 온 국민이 단체로 쉬는 명절에 방영되는 걸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단지 당대의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대의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미가 담겨 있기만 하면 좋은 영화인가?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 거다. 

 

오히려 이 구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 당연한 사실을 마치 사실이 아닌 체 하며 떡밥을 던지는 언론과 사람들이다. 그들이 진실로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러는 것인지는 내 알 바가 아니지만 그 말도 안 되는 떡밥을 덥석 물고 난리판에 뛰어들어 똥물을 뒤집어 쓸 필요는 없다. 애시당초 전제부터 잘못된 질문은 대답을 할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중권의 말투를 핑계로 그를 공격하는 건 그만했으면 싶다. 그런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행태는 그저 인신공격에 불과할 뿐이며 인신공격은 논리가 떨어진, 말하자면 밑천 드러난 이들이나 하는 수준낮은 짓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