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거다.

The Skeptic 2011. 1. 14. 02:08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거다.

 

생각해보면 일년동안 내가 하는 말중에 사무적인 말들, 농담 따먹기, 일상적인 대화들을 제외하고 무언가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면서 하는 말들중에 가장 자주 하는 말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말이다. 이건 사실 아주 씁쓸한 경우다. 그렇게 말을 하고 다녀도 세상은 여전히 그 반대로 생각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거다. 

 

조용하고 아늑하고 평화로우며 평온한 세상. 누구나 바라는 세상일지 모르겠다만 미안하게도 그런 세상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피로 맺어진 인연이라는 가족조차도 이런 경우없다. 하물며 사회란 곳은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들이 연속되는 공간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 모두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며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 그런 존재들이 공존하는 공간이 어떻게 시끄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강조하는 바지만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갈구하는 것'이야말로 파시즘의 최초 기원이다. 물론 최초 기원인 상태만으로 파시즘이라 부를 수도 없고 경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런 최초 기원에 대한 갈구의 정도가 심해지고 나아가 집단적인 갈구로 연결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파시즘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란 바람은 지극히 소박해보이는 소시민적인 발상이다. 사람들은 그 말을 하면서 참으로 해맑게 웃는다. 그런데 난 그 웃음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그 말끝에 '민주주의'까지 들먹이면 솔직히 경멸스럽기까지 하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이런 거다.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가 안정되고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전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무임승차하고 싶어요."

 

누가 봐도 세상에서 가장 경멸스러운 경우가 바로 이런 것 아닌가? 양립불가능한 두 가지를 마치 양립가능하고 실현가능한 것인 양 떠들지 말았으면 싶다. 그렇게 떠드는 사람들치고 민주주의가 무언지 제대로 아는 사람 본 적 없다. 그냥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한> 세상이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연히 파시즘과 독재에 대해서 무감각해 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저 몰염치한 것들을 위해 독재자들은 충실하게 희생양을 만들어 왔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드는 인간들이 많은 한 민주주의는 멀고도 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