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성'이라는 것
'후진성'이라는 것
그룹 카라와 소속사의 문제가 점점 더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그 논란과 주장들을 보면 '후진성'이라는 것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를 테면 현재 카라가 속한 소속사의 대표가 건강이 안 좋아진 탓에 소속사와 소속 가수들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말이나 관행적인 측면에서 볼때 잘못된 것이 없다든지 하는 소리다. 재미있는 건 이런 류의 말이나 기사들은 우리가 너무나 흔하게 접하는 소리라서 누구든 쉽게 수긍하고 지나가는 언명이란 점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는 말일까?
'카리스마'는 어떤 조직이나 집단에 체계가 없는 시점에서 유효한 능력이다. 말하자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는데 딱히 롤모델로 삼을만한 기존 조직이 없다든지 하는 경우에 특출한 능력을 갖춘 지도자의 주도하에 이끌어 가는 경우다. 물론 역사적인 경우를 놓고 보면 실제로 이런 상황은 아예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 특출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독재자가 있었고 그들이 무력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가용자원을 자신이 원하는 한 방향으로 밀어붙인 것일 뿐이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특출한 능력, 즉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였다면 국민들의 반발을 부르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리스마'란 그 부정직하고 불평등한 상황을 만들어낸 독재자와 독재세력이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동원한 언명에 불과하며 실제 카리스마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카리스마란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힘이지 특정 목적을 위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의견을 통해 반대하는 세력을 묵살하면서 밀어 붙이는 폭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이 후진적인 목적을 위해 그 의미가 훼손된 카리스마란 단어를 당연한 것인 양 인용한다.
'관행' 역시 마찬가지다. 관행이란 그저 과거에 이렇게 해왔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 관행이 지금도 맞는 것인지 아니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결코 아니다. 단지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귀찮은 인간들, 머리라는 게 달려있으나 그걸 사용하는 것이 귀찮고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문제없는 인간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문제는 그런 인간들이 떠드는 소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소리의 대부분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나 조직이 자리를 잡았다라는 의미는 어떤 일을 하는 어떤 사람이 갑작스런 문제로 부재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특정한 인간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와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재때문에 조직이 흔들린다면 그건 그만큼 그 조직이 후진적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이게 단순히 우리 나라 연예계에만 통용되는 지적이 아니란 점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지척 전망이 아니라 권력을 잡을만한 보스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정치권때문이다. 특히 현재 국회 제 1당이라는 딴나라당 애들 하는 짓거리를 보라. 아직 자기네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임기가 근 2년이나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주자라는 유신공주뒤로 줄서기에 혈안이 되어있지 않은가. 이렇듯 정치엔 무관심하고 그저 정치권력을 통해 잇속을 차릴까만을 고민하는 어처구니들에게 대관절 언제까지 권력을 몰아줄 생각들인지.
p.s.
물론 딴나라당에도 예외가 있긴 하다. 김문수같은 인물인데 이 사람은 그저 잘못된 정치적 전망을 옳다고 굳게 믿는 확신범이다. 언뜻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그래봐야 작은 죄박이에 불과하다. 아니 만약 지금 김문수가 대통령이었다면 4대강 죽이기 사업이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 공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이재오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하던데 내 견해는 다르다. 애시당초 그 인간에겐 정치적 전망따위 없다. 정치적 공명심, 즉 무슨 수를 써서든 세상에 자기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다는 유아틱한 욕심이 있는 인간일 뿐이다. 죄박이보다는 메기 김영삼에 가까운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