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
지진과 쓰나미
8.9, 솔직히 지진이란 것과 거의 관계없는 나라에서 살다 보니 저 숫자가 의미하는 걸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지진관련 뉴스들을 떠올려 보면 저 숫자가 주는 위압감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일본 내륙이 아닌 먼 바다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래도 그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의 위력 역시 압도적이긴 하다. 아직 여진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상황에 대해선 알 수가 없지만 참 큰 일이다.
예전에도 한 번 했던 이야기지만 일본에서 정말로 큰 자연 재해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일본에서 발생한 자연 재해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 사태로 인해 발생할 수많은 난민들도 문제중의 하나다. 그래도 명색이 이웃 나라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전 세계적인 사례들을 보건데 이웃 나라에 발생한 재앙에 의해 발생한 난민들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없는 경우 반인권과 비인권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걸 위해선 대한민국에 만연한 감상적인 반일감정 문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그게 우리만의 일방적인 문제인 건 아니다. 진짜로 늘 강조하는 바지만 일본이나 우리나 결국 상호간의 갈등을 유발시키는 존재들은 극우 파시스트들이다. 진짜로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만큼의 인간들이 양국의 일그러진 근대사를 관통하며 자본과 권력을 휘어잡았고 애국심을 빙자한 국수주의와 폐쇄주의, 인종차별주의를 통해 자신들을 위한 권력구조를 재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덕에 이웃 나라에 발생한 엄청난 자연 재해를 보면서
"엔화 가치 떨어지겠네? 일본 여행 가자."
"아~~~ 바다가 아니라 땅에서 지진이 났어야 하는데..."
같은 반인권적인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인간들이 만들어지는 거다. 그들은 모른다. 그들이 그런 말을 내뱉는 것 자체가 사실상 인종차별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일본인이니까 그런 짓을 당해도 싸다'는 말과 '흑인이니까 그런 짓을 당해도 싸다'는 건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말이다.
물론 안다. 내가 이런 소리를 하면 당신들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반발할 거라는 걸. 그러나 나는 또 아는 것이 있다. 당신이 그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식적으로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그리고 양심적으로 봤을 때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